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1962년/미국/169분
감독 Sidney Lumet
출연 Katharine Hepburn, Ralph Richardson, Jason Robards
노부부와 두 아들이 별장에서 보낸 어느 하루를 그린 영화로
약물 중독으로 야기된 가족의 불안, 가족 사이의 비난과 후회,
갈등과 화해를 위한 노력까지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유진 오닐이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희곡을 써놓고 ‘사후 25년간 공개 금지와 연극 절대 금지’를
유언으로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후 3년 만에 출판되어
퓰리처상을 받았고,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한 연극 공연은 무려
390회나 지속되며 토니상을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유명한 희곡을 시드니 루멧 감독이 처음 영화화했는데
연극 무대에서 연출을 시작했던 그는 희곡을 원작으로 하거나
연극적인 분위기가 강한 영화에서 아주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가
169분 동안 계속되는데 랠프 리처드슨, 캐서린 헵번, 제이슨
로바즈, 딘 스톡웰 등 베테랑 배우들이 쏟아내는 대사와 표정
연기는 연극무대를 옮겨놓은 것처럼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든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캐서린 헵번) 후보에 그쳤으나 칸에서는
남우주연상(제이슨 로바즈, 랠프 리차드슨, 딘 스톡웰 공동)과
여우주연상(캐서린 헵번)을 받았고,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어느 여름날 아침, 별장 앞마당 탁자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제임스(랠프 리처드슨 분)와 메리(캐서린 헵번 분) 부부,
안개가 걷혀서 다행이라면서 지난밤에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화제로 대화하는 두 사람은 여느 부부처럼 행복한 모습이고
두 아들까지 함께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지만 아주 잠시뿐...
장남 제이미(제이슨 로바즈 분)는 싸구려 돌팔이 의사 때문에
막내의 증상이 심해졌다면서 아버지를 노랭이라고 비난하고,
아버지는 돈의 가치를 모르고 빈둥거린다며 장남을 비난한다
2층에서 내려오던 어머니는 안경을 찾고 있다고 둘러대지만
아버지와 장남은 몰래 딴 짓을 하고 내려온 것으로 의심하고,
어머니는 가족들이 자기를 안 믿어준다고 울면서 소리지른다
아버지가 외출하려는 막내 에드먼드(딘 스톡웰 분)에게 돈을
주는데 1달러가 아니라 10달러라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하녀가 외출에서 돌아오자 어머니는 환상에 빠진 듯이 초점
없는 표정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푸념처럼 늘어놓는다
“뱃고동 소리가 좋아~ 뱃고동 소리가 싫어!”
“안개가 좋아~ 안개가 싫어!”
병원에 다녀오는 아버지와 막내를 ‘안 돌아올 줄 알았다’면서
반기던 어머니는 막내가 곧 죽을 거라면서 울먹이며 말한다
“낳는 게 아닌데...”
외출했다 들어오다가 어두운 현관에서 무릎을 부딪친 막내가
전등을 켜지 않아서 집안이 어둡다고 아버지에게 불평하지만
아버지는 ‘휘황찬란하게 불을 켜놓으면 낭비’라면서 무시한다
‘마약쟁이 엄마’라고 했다가 막내에게 한 대 얻어맞은 장남은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가 마약을 하게 된 것이라며
동생이 싫다고 하더니 곧바로 본심이 아니라 변명을 하다가
다시 복수하겠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곯아떨어져 버린다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로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폭음을 일삼으면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원망을 듣는 아버지와
유랑 중 두 번째 아들을 잃은 충격과 막내를 낳을 때 모르핀
처방으로 마약 중독자가 되어 집안의 암적인 존재인 어머니
동생만 편애한다는 자격지심과 부모에 대한 불만으로 인생의
목표 없이 술과 여자로 청춘을 보내는 알코올 중독자 장남과
신경 쇠약과 결핵으로 요양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자
스스로를 ‘안개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절망의 늪에 빠진 막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이들 네 사람이
둘러앉아서 사랑과 증오를 이야기하는 여름날 별장의 밤은
점점 깊어가고 안개가 자욱한데 뱃고동 소리가 크게 들린다
예술 분야들 중에 영화가 대중성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소재와
전달 방법을 다른 분야에서 얻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소설 다음으로 희곡(공연 후에 ‘연극’)이 원작인 경우도 많다
연극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오랜 세월 인간의 희로애락을
반영해 왔지만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를 넘기 어려웠는데
영화는 영상으로 이를 극복, 더 크고 깊은 감동을 전해 준다
시드니 루멧 감독 보기!
https://navy69.tistory.com/1461
캐서린 헵번 보기!
https://navy69.tistory.com/1516
* 희곡(연극)이 원작인 영화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51)
12인의 성난 사람들 (1957)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1958)
페드라 (1962)
세일즈맨의 죽음 (1966)
로미오와 줄리엣 (1968)
황금 연못 (1981)
아마데우스 (1984)
작은 신의 아이들 (1986)
마빈의 방 (1996)
래빗 홀 (2010)
그을린 사랑 (2010)
대학살의 신 (2011)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2013)
두 교황 (2019)
영화 주요 장면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ehYTIUSd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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