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0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2008)

해군52 2024. 12. 15. 13:53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2008/프랑스,독일/116

감독 Philippe Claudel

출연 Kristin Scott Thomas, Elsa Zylberstein, Laurent Grevill

 

아들을 살해하고 15년간 수감생활을 한 여인이 동생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형식 드라마로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 필립 클로델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소설 <회색 영혼>으로 르노도상을 받은 인기 작가이자 대학교수,

그리고 영화광인 클로델 감독은 10여 년 동안 수감자들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구상한 내용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어두운 비밀을 지닌 한 여인의 내면을 묘사하면서 가슴시린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그려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1996)<호스 위스퍼러>(1998) 이후로

뚜렷한 작품이 없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깊은 슬픔과 분노를

지닌 주인공을 연기하여 유러피안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언니의 영향으로 아이를 낳는 대신 베트남 입양아를 키우며

뇌손상으로 말을 못하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대학교수 역을

연기한 엘자 질버스테인은 세자르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제목인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자매가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 제목이자 언니를 그리워한 동생의 마음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영국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최우수영화상, 베를린에서

기독배심원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개봉 당시 크게 호평을 받았다

불안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중년 여인,

피로감이 역력한 얼굴로 초조해 하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으면

차에서 내린 다른 여인이 건물 안으로 뛰어와서 그녀 앞에 선다

15년 동안 수감생활을 마친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

그녀를 마중 나온 동생 레아(엘자 질버스테인 분)15년 세월을

쉽게 뛰어넘지 못해 자매라고 하기에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레아는 언니의 사회 적응을 위해서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하지만

레아의 남편 뤽(세르주 하자나비시우스 분)은 못내 불편해 한다

오랫동안 사회에서 격리되었던 줄리엣은 동생 레아, 레아의 동료

미셸(로랑 그레빌 분), 보호관찰관인 포레(프레더릭 피에롯 분)

어울리면서 조심스레 마음을 열고 조금씩 사회에 적응해 가지만

암으로 사망 때까지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해후는 오히려 그녀에게 큰 고통과 회한을 준다

줄리엣은 15년 전 어린 아들을 죽였고, 그 일로 15년 긴 세월을

감옥에서 지냈으면서도 사건에 대해서 일체 이야기하지 않는데

줄리엣이 보관하고 있던 죽은 아들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 동생

레아가 그 편지를 통해서 마침내 언니가 숨겨온 비밀을 밝혀낸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는 결백 주장도, 유죄 시인도 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비난하는 눈빛에도 화를 내거나 반응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마주친 남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섹스를 청하는가 하면

섹스 후에는 아무 감흥 없는 얼굴로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사건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렸지만 언니를 잊지 않으려

했던 동생 레아는 언니를 지켜보면서 세상과 접촉하도록 돕는다

마침내 줄리엣은 어렵사리 동생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마치 미스터리처럼 진행되는 영화는 줄리엣이 아들을 죽였는지

여부에 대한 것보다 아들을 잃은 그녀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며

그녀가 세상 사람들과 다시 소통을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가 자식 잃은 슬픔을 이렇게 표현해서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가장 지독한 감옥은 자식의 죽음이야

그 감옥에는 영원히 석방이란 없어

그래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 집으로 찾아온 미셸이 그녀를 부를

나 여기 있어요라고 대답하면서 해피엔딩을 예견하게 한다

프랑스 최고의 인기 작가이자 문학 교수로 시나리오를 쓰던 필립

클로델은 영화광답게 자신의 시나리오를 이미지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고, 각본과 연출까지 겸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영화감독처럼 소설을 쓰고, 소설가처럼 영화를 제작한다

 

그는 감독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고도 탄탄한 구성으로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내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작가가 아닌 영화감독으로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영국 땅끝 마을인 콘월에서 태어났지만

19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연기학교를 거쳐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비터 문>(1992),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에서

휴 그랜트와 공연하며 알려졌고,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었다

 

공군 조종사였던 아버지와 양아버지를 모두 비행기 사고로 잃은

탓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에 빠진 듯한 짙은 그늘이 보이는데

이 영화에서 그녀는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시종 관객을 압도했다

 

캐릭터에 몰두하기 위해 피지 않는 담배까지 배웠고, 수감 중인

죄수들과도 만난 결과 실감나는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Q-qVrMhV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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