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브라스카 Nebraska 2013년/미국/115분
감독 Alexander Payne
출연 Bruce Dern, Will Forte, June Squibb, Stacy Keach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노인과 그의 아들이 미국의 중서부 지역
1,360km를 함께 여행하면서 노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통해
얼핏 무뚝뚝하게 보이는 노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로드무비이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제작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백화면을
고집했는데 눈부시게 현란한 컬러가 아닌 흑백 촬영한 화면이
오히려 대단히 아름답고 오래된 사진첩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
괴팍한 노인과 찌질한 아들이 동행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가족,
고향의 친척과 친구들의 민낯을 보면 그저 무심하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고, 노인도 문제 많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영화는
그를 단순하게 실패자로 보지 않고, 긍정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이 주는 씁쓸함에 블랙코미디를 곁들이는
페인 감독의 탁월한 능력 덕분에 관객들은 단순히 처치 곤란한
노인이라고만 생각했던 주인공을 차츰 이해하고 동정하게 된다
1,2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에 잔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압도적 지지와 함께 준수한 흥행 성적을
거두었고, '2013년 최고의 영화' 명단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아카데미에서 작품과 감독, 남우주연과 여우조연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칸에서는 브루스 던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70대 노인 우디(브루스 던 분)는 ‘100만 달러에 당첨되었으니
받으러 오라’는 잡지사의 홍보 전단지를 진짜 복권으로 믿는다
원래 고집불통에다 치매 기운까지 있는 그는 몬태나주 집에서
네브라스카주까지 걸어서라도 가겠다며 계속 가출을 감행한다
현실적인 아내 케이트(준 스큅 분)는 남편을 양로원에 보내려
하지만 차남 데이비드(윌 포트 분)는 아버지의 이상한 고집이
단순한 돈 때문만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목적지를 찾으려는
몸부림인 것을 직감하고 직접 차를 태워 네브라스카로 향한다

여행 중 우디가 넘어져 다치자 이 부자는 우디의 고향 마을인
호손에 며칠 동안 머물게 되는데 이 소식이 온 마을에 퍼지자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이 우디를 백만장자로 오해하고 반긴다
평생 동안 우디를 무시하던 형제와 조카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과거 우디와 동업을 했던 에드(스태시 키치
분)는 옛날에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우디를 협박하기도 한다

데이비드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옛 연인과 친구들에게 아버지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가 왜 알코올에 의지했는지,
왜 가난했는지를 깨닫고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보기 시작한다
우디의 아내 케이트와 큰아들 로스까지 이 마을을 찾아오면서
가족과 친척들의 한판 소동극은 극에 달하는데 케이트는 시댁
식구들의 위선을 거침없는 입담으로 폭로하며 우디를 감싼다

한편, 에드 일당이 욕심많은 조카들을 꼬드겨서 복권 전단지를
훔쳐가고, 그것이 그저 홍보물일 뿐이라는 사실이 마을 사람들
앞에서 밝혀지자 우디는 망신을 당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데이비드는 상처 입은 아버지를 위해 끝까지 여정을 마치는데
마침내 도착한 복권 사무소의 직원은 예상대로 이건 당첨권이
아니라면서 '당첨자'라고 새겨진 모자 하나를 기념품으로 준다

허망하게 돌아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본
데이비드는 자신의 차를 팔고 할부까지 끼어 아버지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새 트럭과 컴프레서를 구입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고향 마을 호손을 지나가며 운전대를 아버지에게 맡긴다
'당첨자'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새 트럭을 운전하며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마을 중심가를 천천히 지나가며
당당하게 행진하는 노인의 얼굴에 짧지만 환한 미소가 번진다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초기작인 <일렉션>(1999)과 <어바웃 슈미트>(2002)의 배경을
네브라스카로 했을 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페인 감독의 예술적인 고집과 함께 고향에 대한
향수가 투영되어 있는데 제목에 ‘네브라스카라는 주’의 이름을
붙인 것부터가 감독의 고향에 대한 헌사와 같은 의미로 보인다
영화 제목은 장소를 뜻하지만 주인공의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운
성격과 노년의 쓸쓸함을 시각적으로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페인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제작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네브라스카의 겨울 벌판과 낡은 건물들을 흑백으로 담아냈는데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의 '시간이 멈춘 듯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페인 감독의 이런 예술적 선택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잭 니콜슨 등 대배우들이 거론되었지만
70대의 노장 배우 브루스 던이 최종 선택되었는데 이 영화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유명한 연극배우였던 던은 엘리아 카잔 감독에게 연기 훈련을
받은 후 카잔 감독의 <분노의 강>(1960)으로 영화에 데뷔했고,
1960년대에 걸쳐 뛰어난 TV 드라마 배우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무려 100편 넘는 영화에서 현대의 영웅부터 전설적 악당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던은 일찍이
재능 있고 다작하는 배우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고, <고향의
챔피언>(1982)으로 베를린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두 차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고, 여러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11인의 카우보이>(1972)를 통해 스크린에서 존 웨인을
죽인 유일한 배우로 기록되었는데 살해 위협까지 받기도 했다

주인공의 아내 역을 맡은 준 스큅은 아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F***’ 단어를 구사하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묘지 앞에서의 민망한
포즈나 돈만 밝히는 가족들에게 일갈하는 명장면들을 남겼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ZuIBvmxIN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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