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아이리스 (02)

해군52 2004. 8. 4. 23:12

 

원제 Iris

제작년도 2001

제작국가 영국/미국

상영시간 90

감독 Richard Eyre

출연 Judi Dench, Jim Broadbent, Kate Winslet, Hugh Bonneville

 

영국의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존 베일리가 쓴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대표적 지성인 커플인 존 베일리와 아이리스 머독의

만남과 40여년에 걸친 독특한 결혼 생활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더블린 출신의 유명 여류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아이리스 머독은 영국 최고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여성이었지만

친구들과 애인을 교환하거나 양성애를 즐길만큼 자유분방했고,

선악과 자유, 사랑과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하는 저서뿐 아니라

삶의 방식을 통해 문화적 영향력이 컸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연극 무대에서 연출 경력을 쌓은 리차드 이어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최초이자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손꼽으면서

아이리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사실적인 요소에 충실하면서도

전기와 픽션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영화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청년과 노년 시절을 연기한 두 쌍의 배우들,

케이트 윈슬렛과 쥬디 덴치, 휴 보네빌과 짐 브로드벤트는

마치 각기 한 몸이기라도 한 것처럼 놀라운 연기를 펼치는데

노년을 연기한 원로배우들의 원숙한 연기가 더 감동적입니다

 

그밖에 끊임없는 교차 편집의 묘미, 뛰어난 앵글로 과장없이

포착한 영상미, 삶과 사랑에 관한 대사 등이 모두 뛰어납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짐 브로드벤트가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베를린에서 금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1950년대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던 아이리스 머독

(케이트 윈슬렛 분)은 어느 파티에서 자신을 몰래 지켜보던

풋내기 영문학 강사 존 베일리(휴 보네빌 분)를 처음 만난다

 

순진무구한 존은 아이리스의 빛나는 지성과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정신에 경외감을 느껴 그녀에게 몰입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심한 갈등과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학문적 동지이자 연인으로 사랑을 키워나간 존과 아이리스

두 사람은 많은 갈등을 극복하면서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고,

이후 40여년간 영국 최고의 지성인 커플로 고락을 함께 한다

 

어느덧 노년이 된 아이리스(주디 덴치 분)에게 갑자기 치매

증세가 찾아오자 그녀는 자신의 정신세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며 어린애처럼 남편에게만 매달리려 한다

 

(짐 브로드벤트 분)은 아내가 치매에 걸렸음을 부정하지만

결국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보면서도

때때로 아내의 자유분방한 애정 행각으로 괴로워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를 때면 걷잡을 수 없는 질투와 원망에 휩싸여

어린 아이처럼 변해버린 늙은 아내에게 욕을 해대곤 한다

 

아이리스는 존의 돌봄 속에 5년간이나 투병생활을 하지만

도저히 자신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어 명철하던

정신세계가 완전하게 무너지자 특수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존이 아이리스를 찾아간 어느 날 그녀는 이미 숨져 있었고,

존은 숨을 거둔 그녀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려고 급히 왔는데..."

 

 

물속에서 원초적인 모습으로 힘차게 헤엄치던 젊은 남녀가

어느 순간 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노부부의 모습으로 바뀌고,

자전거를 타고 소리치며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던 젊은 남녀가

여유있게 자전거를 타는 노부부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영화는 청년시절과 노년시절의 비슷한 상황을 교차 편집하며

그와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더불어 살아가는지,

그들의 사랑하는 모습이 어떻게 변하고 지켜지는지 보여주고

관객에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합니다

 

빨간 원피스와 숄로 얼굴을 가리며 자유롭게 춤추기도 하고,

나체로 푸른 호수에서 돌고래처럼 헤엄치는 여자의 분방함에

굵은 뿔테안경에 수줍음으로 말을 더듬는 순진무구한 남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면서도 갈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장면까지 훔쳐보면서

(이 장면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누드로 나옵니다^^)

그런 행동을 뜯어말리지도, 그렇다고 헤어지지도 못합니다

 

작가로서 언어의 힘을 예찬하다가 치매로 언어를 잃어버리는

여자의 모습은 안타까움이나 슬픔을 넘어 절망과 공포이고,

자신의 우상이던 여자가 차츰 빈껍데기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자의 모습은 참혹합니다

 

치매로 정신없는 여자의 뒷바라지에 지친 남자는 침대에서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소리를 지릅니다

 

"그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나만 혼자 이 고생이야?"ㅎㅎ

 

사랑이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빨리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 조바심치는 바로 그 마음이라는 대사가

영화에 나오는데, 그런 사람을 바로 옆에 갖고 계신가요?

 

그리고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젊음이나 열정, 아름다움

또는 그 어떤 종류의 매력이나 마력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우리는 과연 변함없이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이리스>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9NUbiDJiglA

 

* 리차드 이어 감독의 다른 작품들

 

 

스테이지 뷰티 (2004)

노트 온 스캔들 (2006) 베를린 테디관객상

디 아더 맨 (2008)

칠드런 액트 (2018)

킹 리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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