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十七歲的單車/Beijing Bicycle
제작년도 2000년
제작국가 중국/프랑스
상영시간 113분
감독 왕 샤오슈아이
출연 츄이 린, 리 빈, 가오 유안유안
급격하게 자본주의화하고 있는 중국의 수도 북경을 배경으로
도시와 농촌 출신인 두 소년이 자전거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통해 현대 중국사회의 자화상을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대만의 영화평론가로 많은 신인 감독들을 키워온 페기 차오가
북경, 대북, 홍콩을 배경으로 제작하는 '중국 3부작'의 하나로
중국의 6세대 감독 왕 샤오슈아이가 연출한 성장 영화입니다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중국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내는
왕감독은 데뷔작인 <나날들>(1993)부터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었지만 해외에서는 각광을 받았습니다
대만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 영화도 정부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 하고 중국내 상영이 금지되었는데 왕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북경 시내가 너무 지저분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얼빈 출신으로 북경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준수한
외모와 다듬어진 체격으로 여러 편 CF에 출연했던 츄이 린과
북경 출신으로 친구들과 자전거 묘기를 부리다가 왕감독에게
발탁되어 영화에 처음 출연하게 된 차가운 이미지의 리 빈은
1982년생 동갑으로 신인답지 않게 훌륭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자전거에 목숨 거는 두 소년과 그들의 주변상황을 결부시키며
과도기의 중국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면서도
상업 영화가 가져야 할 재미와 감동도 함께 갖춘 수작입니다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신인 남자배우상을
받고 작품상 후보에도 올라 중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순수하고 성실하지만 어려운 환경 탓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시골 소년 구웨이(츄이 린 분)는 북경에 와서 배달원으로
취업하고 회사로부터 600위안짜리 은색 자전거를 대여 받는다
돈을 벌어 자전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구웨이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일을 꿋꿋하게 해 나가지만
600위안을 거의 모았을 무렵 소중한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자전거를 찾으려고 북경 전체를 뒤지던 구웨이는 마침내 어떤
소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발견하지만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그 소년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행복하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뒷골목에서 비뚤어진 생활을 하는 도시 소년 지안(리 빈 분)이
좋아하는 것은 귀엽고 깜찍한 소녀 지아오(가오 유안유안 분)와
아버지에게 훔친 돈으로 중고 시장에서 산 은색 자전거뿐이다
자다가도 일어나 자전거를 탈 정도로 자전거를 아끼는 지안은
지아오와 산책하던 중 어떤 소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가자
친구들과 함께 그 소년을 잡아 두들겨 패고 자전거를 되찾는다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자전거가 원래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도둑(?) 구웨이를 남겨둔 채 지안은 친구들과 함께 돌아가지만
구웨이는 자전거를 되찾기 위해서 계속 지안 주변을 배회한다
하나의 은색 자전거를 둘러싼 두 소년의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그 둘 사이에는 어느새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두 소년이 하나의 자전거를 공유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급격한 개방과 자본주의화에 따른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그로부터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빈부 격차, 부조리와 모순들은
우리도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들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북경은 초현대식 빌딩과 최고급 자동차가 가득한 곳이면서
뒷골목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옛날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상반된 얼굴을 가진 중국의 수도입니다
왕감독은 이런 북경 뒷골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성실함을 가진 시골 소년 구웨이와
가정환경 때문에 비뚤어진 생활에 빠져든 도시 소년 지안은
각자 다른 이유 때문에 자전거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지만
결국 서로를 친구로 인정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두 소년이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대립과 갈등을 겪으면서
조화로운 결론에 이르게 되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 흐름은
이탈리아 리얼리즘의 고전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이나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너무나 우직하고 맹목적인 행동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밟아도 일어나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시골 소년,
자본주의 물결 아래 심각한 정치경제적 과도기를 겪으면서
허영심 가득하고 비뚤어진 생활을 하는 도시 소년, 그리고
이 두 소년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상류층 소년이 등장하는데
대도시에 형성되는 여러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두 젊은 신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왕감독의 연출력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예매시 매진을 기록했으며 당시 참가한
두 배우들은 국내 관객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교환하면서 이상 유무를 세심하게 살피는 장면과
피를 흘리며 자전거를 구해낸 시골 소년이 도로를 걸어가고
자동차의 물결이 지나가는 엔딩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pHgZgFBfJ0
*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다른 작품들
청홍 (2005) 칸 심사위원상
재회 (2008) 베를린 황금곰상 후보
중경 블루스 (2010) 칸 황금종려상 후보
틈입자 (2014) 베니스 황금사자상 후보
나의 아들에게 (2019) 베를린 금곰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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