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도 2001년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09분
감독 임순례
출연 이얼,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오지혜, 류승범, 한기중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사랑을 잃어버리고 지방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밤무대 밴드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좌절과 희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대학 시절 프랑스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는 임순례 감독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바탕으로 따뜻한 감성과 희망의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습니다
임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들에게도 지키고자 하는 삶과 꿈이 있고 힘겨운
투쟁과 실패가 있음을 낮은 목소리로 소근대듯 이야기합니다
친구 따라 연극무대에 섰던 이얼을 비롯해서 오지혜와 박원상,
8개 영화사의 연합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황정민과 한기중,
당시로는 유일한 유명 배우였던 류승범과 사진작가 김영수 등
스타급이 없는 출연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진실한 얼굴의 배우들이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진정성을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았고,
제작사가 무려 6개월 동안이나 전국적으로 릴레이 시사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봉 당시에는 초기에 흥행이 부진해서 조기에 종영되었다가
<나비><라이방><고양이를 부탁해> 등 세 편의 작품과 함께
‘와나라고’ 살리기 운동으로 2002년 초에 재개봉되었습니다
2001년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상영되었던 이 영화는
18년 후인 2019년 전주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한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되었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 탓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한다
팀이 수안보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서 가게 되지만
리더인 성우(이얼 분)는 수안보가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던 고향이라 그곳에 가는 것이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수안보로 가던 중, 섹스폰 연주자 현구(오광록 분)는 밤무대
밴드 생활의 희망을 버리고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가버린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 시절에 밴드를 함께 하며 꿈을
나누던 옛 친구들을 만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생활에 찌들어 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약국을 하고 있는 민수(한기중 분)는 돈이 인생의 목표이고,
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수철(신현종 분)과 환경운동을 하는
인기(이상직 분)는 시위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부딪힌다
또한 음악의 사부와도 같았던 음악원장 우병주(김영수 분)는
알콜 중독에 빠져 출장밴드를 다니는 폐인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중에 올갠 연주자 강수(황정민 분)와 드럼 연주자 정석
(박원상 분)이 여자 문제로 싸움을 벌이고, 대마초에 손을 댄
정석마저 팀을 떠나버리자 밴드는 해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성우는 급히 우원장을 기타 연주자로 팀에 합류하게 하지만
알콜 중독에 빠져 폐인이 된 그는 성우를 더 힘들게만 한다
한편, 성우는 첫사랑이었던 인희(오지혜 분)와도 재회하는데
남편과 사별하고 트럭을 몰고 야채 장사를 하며 사는 그녀는
성우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성우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 한다
여자 문제를 반복하는 정석과 알콜 중독이 심각한 우원장을
데리고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버겁기만 한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 꿈을 잊지 못하는 성우의 마지막 선택은...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을 무대로 하는 지방 나이트클럽의
삼류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에게 ‘와이키키’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하와이 해변 같은 화려함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잃고 근근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그래서 매순간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처럼 보이는 그들은
그곳에서 출구를 찾아내어 다시 희망의 끈을 잡으려고 합니다
팀의 리더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며 밴드를 지키는 성우는
고향에서 만난 어릴 적 친구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니까,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답을 못 합니다
룸살롱에서 술 취한 손님들의 강요로 옷을 모두 벗은 성우가
무표정한 얼굴과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는 반주기 화면에
무엇 하나 두려울 것이 없었던 십대 시절의 성우가 친구들과
함께 알몸으로 해변을 질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꿈을 잃어버린 삶이 얼마나 씁쓸한지 보게 됩니다
낙원동에서 수안보 관광호텔까지 밤무대 밴드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주인공들의 드라마 같은 일상과
어린 시절 꿈과 첫사랑 이야기가 실감나면서 재미있습니다
송골매의 <세상만사> 등 귀에 익은 7080 명곡들을 포함해서
20여 곡의 라이브 음악이 마치 뮤지칼처럼 흥겨움을 더하고
이 영화로 데뷔한 박해일을 비롯해서 황정민, 박원상, 류승범,
오광록 등의 오래 전 모습을 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이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에 난 몰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여수의 바닷가 나이트클럽에서 성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인희의 모습과 노랫말이 애잔하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JYP3OehN4o
임순례 감독의 다른 작품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날아라 펭귄 (2009)
남쪽으로 튀어 (2012)
제보자 (2014)
리틀 포레스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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