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Kolya
제작년도 1996년
제작국가 체코,영국,프랑스
상영시간 105분
감독 Jan Sverak
출연 Zdenek Sverak, Andrei Chalimon, Ondrej Vetchy
러시아 군대에 점령당하고 있던 1988년의 체코를 배경으로
결혼과 아이를 질색하는 독신주의자이자 러시아를 싫어하는
체코인 중년 남자와 다섯 살짜리 러시아 꼬마의 특별한 감정
교감을 그린 휴머니즘과 유머가 넘치는 체코산 드라마입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얀 스베락 감독은
키에슬롭스키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손꼽히는 체코 감독이고
이 영화의 각본과 주연을 맡은 즈데넥 스베락의 아들입니다
중년의 홀아비로 출연, 절제된 연기를 펼친 즈데넥 스베락과
깜찍하고 귀여운 연기를 보인 아역 배우 안드레이 찰리몬은
나이 차를 뛰어넘는 이색적인 명콤비로 ‘사랑을 잃은 중년과
엄마를 잃은 아이’가 교감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불안정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언제나 암울한 세상사보다는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중시하는
스베락 감독의 휴머니즘과 절제된 유머가 함께 하고 있으며
다소 무뚝뚝하면서도 부드럽고 잔잔한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체코 세 나라가 제작에 참여하여 헐리우드와는
결이 다른 작품을 만들었고, 촬영은 전부 체코의 프라하에서
진행되어 고도시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체코에서 개봉 45주 후에도 박스오피스 3위권을 유지한 이
영화는 1997년 체코의 각종 영화제를 석권했음은 물론이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군대가 진주하고 있는 1988년의 체코 프라하,
한때 교향악단의 첼리스트로 환호와 갈채에 파묻혀 살았지만
냉소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교향악단에서 쫓겨난
루카(즈데넥 스베락 분)는 장례식장에서 조곡을 연주하거나
묘비 글씨에 금칠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신세이다
음악과 가정은 양립할 수 없다고 가르친 부모님의 영향 탓인지
50대가 되도록 독신으로 지내며 자유연애론을 주장하는 루카의
주위에는 항상 여자가 있지만 외로움을 쉽게 피할 수는 없다
빚에 쪼들리던 루카는 친구 브로츠(온드레이 베치 분)로부터
러시아 여자와 위장 결혼을 하면 많은 돈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거절하지만 결국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러시아 출신의 나데즈다(이레나 이바노바 분)와 결혼을 한다
위장 결혼으로 영주권을 받은 그녀는 5살짜리 아들인 콜리야
(안드레이 찰리몬 분)만 남겨놓고 애인을 찾아 망명해버린다
콜리야를 돌보던 할머니마저 노환으로 입원하게 되자 법률상
아버지인 루카는 위장 결혼으로 처벌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귀찮은 어린 아이를 떠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원래 이기적이고 구속을 싫어하는 루카는 콜리야를 떼어놓을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오히려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
국적과 혈연을 넘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
독일로 망명했던 콜리야의 엄마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1968년 체코 자유화 운동이 탱크를 앞세운 소련의 진압으로
무너진 '프라하의 봄'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대부분 당사자인 체코인이 아닌 이방인 시각에서 그려졌는데
20년 후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당사자의 시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러시아와 관련된 정치 상황을 깊이 다루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체코인들의 속내를 곳곳에서 드러내 보입니다
체코가 러시아 군대에 점령된 상황에서 전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만남과 화해 과정이 모두 아이러니입니다
독신으로 살면서 자유연애를 만끽하는 50대의 중년 남자에게
떠맡겨진 5살짜리 아이란 언제든 데리고 다녀야 하는 혹이고
은밀해야 할 사생활을 방해하는 귀찮기만 한 존재일 뿐입니다
게다가 고집 센 아이가 한번 울면서 버티기 시작하면 누구도
감당할 수가 없고 말조차 통하지 않으니 더더욱 힘이 듭니다
한동안 아이는 흐느끼며 우는 어깨를 감싸주려면 뿌리치거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건널 때 손을 잡으려고도 하지 않더니
시간이 흐르자 어느 날 갑자기 손을 내밀어 루카의 손을 잡고
자기 전 깜빡 잊었다는 듯 "아빠, 잘 자!"라며 뽀뽀를 합니다
함께 차를 타고 놀러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캠핑도 가고,
만화 영화도 함께 보는 두 사람은 가족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불안정한 체코의 상황과도 같은데
감독은 불편하기만 했던 주인공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허물어져 가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강조하는 동시에
체코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루카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임신한 연인이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고, 그때 체코 출신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이
흐르는데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0zQp2hSONAk
얀 스베락 감독의 다른 작품들
엘리멘터리 스쿨 (1991)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
어큐물레이터1 (1994) 베니스 미디어상
다크 블루 월드 (2001)
빈병들 (2007)
쿠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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