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슬링샷 (23)

해군52 2005. 1. 30. 23:37

 

원제 Kadisbellan (The Slingshot)

제작년도 1993

제작국가 덴마크/스웨덴

상영시간 102

감독 Ake Sandgren

출연 Jesper Salen, Stellan Skarsgard, Basia Frydman,

      Niklas Olund, Ernst-Hugo Jaregard, Ernst Gunther

 

스웨덴의 발명가인 롤랜드 슈츠의 어린 시절을 그린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아케 산드그렌 감독이 각본과 연출까지

12역을 맡아서 영화화한 작품으로 비극과 유머와 환희가

적절히 배합된 수작이자 감동적인 스웨덴산 성장영화입니다

 

상상으로 가득한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을 번역해서

영화로 옮겨 놓았다고 하는 스웨덴 출신의 산드그렌 감독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198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

<바이시클 심포니>로 황금곰상을 받은 감독이자 작가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에도 자주 출연한 스텔란 스카스가드 이외에는

우리에게 낯선 스웨덴 출신 배우들이지만 주인공 소년 역을

연기한 에스페르 살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납니다

 

국내에 소개된 많지 않은 스웨덴 영화 중 하나인 이 작품은

거듭된 불행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12살짜리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사회적 편견과 모순을 그리지만 과장된 표현이나

인위적인 설정이 없어서 오히려 감동을 제대로 전해줍니다

 

또한 1920년대 스웨덴의 스톡홀롬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사회주의 활동이 반국가적 범죄였고, 피임이 허용되지 않아

콘돔 판매조차 금지되었던 당시의 사회상을 잘 보여줍니다

 

1993년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1994년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지만

국내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20년 스웨덴의 스톡홀롬,

 

12살짜리 소년 롤랜드(에스페르 살렌 분)는 러시아계 유태인

어머니(바시아 프리드만 분)와 열정적인 사회주의자인 아버지

(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그리고 학교에서 영웅 취급을 받는

권투 선수인 형 버틸(니크라스 올룬드 분)과 함께 살고 있다

 

롤랜드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유태인과 사회주의자를 혐오하는 담임(언스트 휴고 재어거드

)과 교장(언스트 귄터 분)으로부터 심한 차별대우를 받는다

 

롤랜드의 가장 큰 소원은 자기만의 자전거를 갖는 것이지만

누구든지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는 아들의 소원을 쉬 들어주지 않는다

 

더구나 권투를 한다면서 동생을 자주 괴롭히는 형과 다투다

홧김에 형의 권투 글러브를 물어뜯어서 못쓰게 만들어버리자

아버지는 호되게 야단을 치고 글러브 값을 변상하라고 한다

 

무엇이든 만들거나 고치는 일에 손재주를 타고난 롤랜드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동네 아이의 망가진 자전거를 고쳐주고

싼값에 자전거를 사게 되자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면서

자전거 잔금을 마련하려고 집안일을 거들어 용돈을 모은다

 

그러나 아버지가 명령한대로 형의 글러브 값을 변상하느라

약속대로 자전거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롤랜드는 말끔하게

수리하고 새로 칠한 자전거를 주인에게 다시 빼앗기고 만다

 

여성운동에 열심인 어머니가 아버지의 담배 가게에서 몰래

팔고 있는 콘돔을 훔쳐내서(당시 스웨덴에서 피임은 불법!)

꼭지 달린 풍선(?)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팔다가 혼이 나기도

하고 헌 자전거를 고치거나 칠을 해 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훔친 자전거를 고쳐서

팔았다는 혐의로 롤랜드를 체포하려고 하는데...

 

 

스웨덴은 1940년대 후반부터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한 북유럽

영화의 중심이자 예술영화의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을 배출한

나라이지만 아직도 스웨덴 영화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드물게 만나기는 하지만 비교적 알려진 스웨덴 영화들 중에는

잉마르 베르히만의 말년 대표작 <화니와 알렉산더>(1982)

비롯해서 라쎄 할스트롬의 출세작 <개 같은 내 인생>(1985),

빌 어거스트의 대표작 <정복자 펠레>(1987), 엘라 렘하겐의

데뷔작 <차스키 차스키>(1999) 등 성장영화들이 많습니다

 

성장영화의 천국이라는 스웨덴의 성장영화 계보에 속하는

이 작품은 북유럽의 독특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수작입니다

 

아버지, 선생님, 친구들, 경찰...

 

이렇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통 받는 어린 소년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어디에도 없어 보이지만

어린 소년은 손재주가 뛰어난 발명의 귀재답게 헌 자전거를

수리하기도 하고, 콘돔으로 풍선(?)을 만들어서 파는가 하면

망가진 콘돔으로 성능 좋은 새총을 만들어서 팔기도 합니다

 

마음 둘 곳 없는 소년은 개울에서 잡은 개구리와 대화하거나

몸을 파는 슬픈 눈동자의 소녀와 진심으로 교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에게 돈을 주고 치마 속까지 들여다보는 엉뚱한

행동으로 성에 대한 소년다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어려움에 시달리던 소년은

잡았던 개구리를 강물에 놓아주고는 헤엄쳐 오르는 개구리를

따라 햇빛에 붉게 물든 강물 위로 힘차게 솟구쳐 오릅니다

마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몸짓처럼...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2jJbFCd1b4&t=13s

 

아케 산드그렌 감독의 다른 작품들

 

 

발비의 기적 (1989)

비욘드 (2000)

트룰리 휴먼 (2001)

벽 위의 파리들 (2005)

투 러브 썸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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