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도 1999년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35분
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사기와 이혼으로 모든 것을 잃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마흔 살의
남자가 죽음을 기다리는 첫사랑 여인을 만나는 가까운 과거로부터
그 여인과 박하사탕을 나눠 먹던 첫사랑의 먼 과거에 이르기까지
과거 20년과 그 시대적 배경인 한국 현대사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교사와 작가를 거쳐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창동은 데뷔작 <초록물고기>(1996)로 주요영화제를 휩쓸었고,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20년에 걸친 주인공의 인생 역정과 군사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를
한 영화 안에서 동시에 절절하게 그려내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배우 설경구가 혼신의 연기를 펼쳐서
최민식, 송강호와 함께 연기파 남자배우의 삼인방으로 떠올랐고,
주연을 맡은 문소리는 장편 데뷔작, 김여진은 두 번째 작품이고,
그밖에 조연 배우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들로 채워졌음에도
이들 모두를 영화 속에 녹아들게 한 캐스팅의 묘미도 뛰어납니다
1999년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여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고,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팬클럽 결성,
‘박하사탕 두 번 보기’ 운동의 성원으로 주말 매진과 장기상영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서도 예상을 넘어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00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2개 부문 수상,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등 5개 부문 수상하였고,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국제적으로도 호평을 받았으며
35회 체코 카를로 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국제영화클럽연맹상, 아시아 영화진흥기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야유회 <1999년 봄>
중년의 영호(설경구 분)는 첫사랑 순임(문소리 분)과 나들이갔던
강변을 다시 찾지만 20년 세월은 이미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고,
영호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면서 기차에 몸을 던진다
사진기 <사흘 전, 1999년 봄>
사기와 이혼으로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된 마흔 살의 영호는
어렵사리 구한 권총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삶을 마감하려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사내에 이끌려서 첫사랑인 순임을 만나게 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 곁에서 박하사탕을 든 채 울음을 토한다
삶은 아름답다 <1994년 여름>
서른 다섯의 가구점 사장인 영호는 경리직원 미스리(서정 분)와,
부인 홍자(김여진 분)는 운전교습 강사와 어긋난 사랑을 나눈다
과거 형사시절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과 식당에서 마주친 영호는
아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삶은 아름답다’라고 중얼거린다
고백 <1987년 4월>
일상의 권태로움에 지쳐버린 닳고 닳은 형사인 영호는 잠복근무
중이던 군산의 허름한 카페 여종업원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품에 안겨 고문경찰답지 않게 첫사랑을 부르며 흐느낀다
기도 <1984년 가을>
아직 신참내기 형사인 영호는 선배 형사들의 과격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폭력성에 의해서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순수함을 부인하듯 첫사랑 순임을 거부하고
자신을 짝사랑해왔던 어린 홍자를 손쉬운 결혼상대로 선택한다
면회 <1980년 5월>
전방부대의 신병인 영호는 계엄군으로 긴급 출동하는 트럭에서
자신을 면회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순임을 멀리서 보고
그날 밤 광주역 주변 어둠 속에서 귀가하던 여고생과 마주한다
소풍 <1979년 가을>
야학에 다니는 스무 살의 영호는 꽃이 핀 강변에서 여공 순임을
만나 난생 처음 젊음과 아름다운 사랑, 순수한 행복감에 젖는다
그때 순임이 영호에게 준 박하사탕 하나는 세상 최고의 맛이다
모두 일곱 개 에피소드로 2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는
한때 이름 모를 꽃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하던 젊은이가
세월과 함께 타락해가는 과정을 미스테리 구조로 탐색해갑니다
벌겋게 충혈된 눈빛, 싸구려 양복에 바지 밖으로 삐져나온 셔츠,
구정물이 흐를 것 같은 초췌한 몰골의 중년남자가 술에 취한 채
기찻길 위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첫 장면은
영화가 제목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합니다
기찻길로 연결되는 영화는 기찻길을 따라 세월을 거슬러가면서
주인공이 스스로 망가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시간을 보냈고,
그 불행한 운명은 바로 광주항쟁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광주항쟁 당시 기차역에서 실수로 여고생을 죽인 주인공 영호는
4년 후 다른 기차역에서 자신을 찾아온 첫사랑 순임과 이별하고,
병들어 죽어가는 순임을 보고 다시 기찻길 옆에서 괴로워하다가
20년 전 순임을 처음 만나 박하사탕을 받던 바로 그 기찻길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짐으로써 굴곡진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향기롭고 달콤한 ‘박하사탕’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중적인 의미,
영화 곳곳에 등장해서 스토리를 이어가는 추억의 기찻길 장면,
현재에서부터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전개방식,
첫 주연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설경구의 신들린듯한 연기...
광주항쟁과 관련된 당시 상황에 대한 강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깊은 여운을 남긴
이 영화는 <쉬리>에 이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른이 되면 가끔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그런데 어디로?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dXWZcRXe28
* 이창동 감독의 다른 작품들
초록물고기 (1997)
오아시스 (2001)
밀양 (2007)
시 (2010)
버닝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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