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중앙역 (27)

해군52 2005. 2. 28. 23:40

 

원제 Central Do Brasil (Central Station)

제작년도 1998

제작국가 브라질, 프랑스

상영시간 115

감독 Walter Salles

출연 Fernanda Montenegro, Vinicius de Oliveira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나선 소년과 이기적이고 괴팍한

전직 여교사의 우연한 만남과 동행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로

사람의 냄새와 체온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브라질 영화입니다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월터 살레스 감독이

다큐 작업에서 얻은 편지에 관한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고,

1997년 선댄스 재단과 NHK가 공동 제정한 시나리오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자 그 상금으로 이 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살레스 감독은 어울리지 않는두 사람이 브라질을 횡단하는

긴 여정을 따라가며 원주민들의 모습, 순례와 축제, 메마르고

황량한 땅과 끝없이 뻗은 신작로 등 광활한 풍광을 배경으로

추한 모습까지 포함한 브라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주인공들 사이에서 싹트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1929년생으로 오랜 연극무대 경력을 가진 브라질의 국민배우

몬테네그로의 원숙한 연기야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1,5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선발되었다는 구두닦이 출신인

1985년생 올리베이라의 타고난 듯한 연기는 놀라울 뿐입니다

 

이 영화는 1998년 브라질에서 개봉 당시 흥행에서 성공했고,

199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10분간 기립박수와 함께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1999년 골든글러브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과 여우주연상 후보,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주요 영화제에서 총 34개의 수상과 11개의 후보를 기록했으며

타임지 선정 '1998년 세계 10대 영화'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괴팍한 성격의 독신녀인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 분)는 전직

교사로 중앙역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가난하고 글씨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대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라는 사람들의 온갖 사연들을 편지지에 옮겨 적기는 하지만

그 편지들을 친구와 함께 장난삼아 읽어보고는 찢어버리거나

서랍에 처박아둘 정도로 삭막하고 황폐한 심성의 소유자이다

 

어느 날 어린 아들과 함께 와서 남편에게 보낼 편지를 써놓고

돌아가던 젊은 여인이 교통사고로 죽자 졸지에 오갈데 없어진

소년 조슈에(비니시우스 드 올리베이라 분)를 맡게 된 도라는

입양기관을 사칭하는 조직에 소년을 팔아넘기고 돈을 챙긴다

 

그 돈으로 갖고 싶던 리모콘 달린 TV를 장만한 도라는 잠시

기뻐하지만 친구 이렌느(마릴리아 페라 분)로부터 장기 밀매를

위해 아이들을 살해한다는 인신매매단 이야기를 듣자 죄책감을

느끼고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필사적으로 조슈에를 구해낸다

 

얼떨결에 조슈아를 데리고 무작정 리오를 도망쳐 나온 도라는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조슈에의 아버지를 찾아주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을 팔아넘겼던 사기꾼 같은 도라를 믿지 못 한다

 

소년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도라는 소년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스러워지자 잠든 조슈에 옆에 돈가방을 두고 도망치지만

의지할 곳 없는 소년은 돈가방도 놓아둔 채 도라를 따라온다

 

돈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린 바람에 빈털털이가 된 두 사람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조슈에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리오로 가서 없고 장성한 배다른 형들만 살고 있다

 

이른 새벽 이들 형제들 속에 조슈에를 남겨두고 몰래 떠나는

도라는 버스 안에서 소년에게 보낼 눈물의 편지를 쓰는데...

 

 

저마다의 남다른 사연을 안고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열차가 정차하기도 전에 창문으로 밀물처럼 스며드는 사람들,

좀도둑을 쫓아가더니 즉석에서 권총으로 사살하는 폭력배들,

지저분한 가판대 근처에서 서성대는 소매치기와 협잡꾼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리오 데 자네이로의 중앙역인 리오역은

세계적 미항이자 화려한 카니발의 명소라는 도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난한 군중들이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리오 중앙역에서 우연하게 만난 나이든 여인과 어린 소년은

서로에게 강한 거부감을 가진 채 소년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광활한 땅덩어리를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을 함께 하면서도 쉽게 화해하거나 어울리지 못 합니다

 

가난에 찌들고 삶에 대한 기대가 없는 나이든 여인의 내면은

모성애도 없고 심성은 들판처럼 황폐한데다 극히 이기적이고,

어린 소년 역시 아이답지 않게 위악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들은 친해질 듯 다시 다투고, 화해할 듯 서로 갈등하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다독거리다가 여행의 끝에서야

거친 삶에서 새로운 희망과 서로에 대한 우정을 확인합니다

 

삶의 의미조차 잊어버리고 찌든 삶을 살았던 나이든 여인은

길고 긴 여행 아닌 여행이 끝나는 마지막 지점까지 왔다가

어린 소년이 사준 원피스를 입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면서

지난날의 아픔이었던 아버지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빠가 보고 싶다

그리운 것이 너무 많다

너무도 많다

 

마치 독백처럼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여인의 눈에도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도 눈물이 흐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가슴에 따뜻하게 와 닿는 이런 영화들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xQZvQblHsBs

 

 

월터 살레스 감독의 다른 작품들

 

 

이방인의 땅 (1995)

태양의 저편 (2001)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2004) 칸 황금종려상 후보

리나 데 파세 (2008) 칸 황금종려상 후보

온 더 로드 (2012) 칸 황금종려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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