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鐵道員/ぽっぽや/Poppoya
제작년도 1999년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05분
감독 Yasuo Furuhata
출연 Ken Takakura, Shinobu Otake, Ryoko Hirosue
평생 한적한 시골역을 지켜온 철도원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로
자식과 아내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업무에 최선을 다할 정도로
지나치리만치 투철한 일본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일본의 인기 작가인 아사다 지로의 나오키 문학상 수상작이자
일본에서만 1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단편소설 <철도원>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1930년대 생으로 절친한 두 사람의
노장,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과 초중량급 배우, 다카구라 켄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17번째 영화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5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다카쿠라 켄은 바보 같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이 한 직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다가
가족과 일터를 한꺼번에 잃고 떠나야 하는 주인공 역을 맡아
일생일대의 명연기로 일본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컬러와 흑백으로 치밀하게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는 스토리 전개와 함께 하얀 눈에 덮인
홋카이도의 서정적이고 정감어린 자연 풍광,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만든 애잔한 주제곡까지 어우러져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1999년 일본에서 개봉 당시 2주 동안 흥행 1위를 차지하며
450만 관객을 동원하여 일본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고,
한국 최고의 흥행작이던 <쉬리>와 한일 양국에서 서로 교차
개봉될 당시 한국에서 모처럼 중년 관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199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전회 매진 기록,
1999년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촬영상 수상,
1999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2000년 일본아카데미 14개 부문 중 9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홋카이도 북쪽 끝, 하얀 눈으로 뒤덮인 시골 종착역, 호로마이
평생 이 작은 역을 말없이 지켜온 역장 오토(다카쿠라 켄 분)는
눈이 내리면 지난 날 잃어버린 소중한 이들의 흔적을 찾는 듯
고개를 들어 눈송이를 쏟아내는 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17년 전 겨울 어느 날, 철로에서 열차를 점검하고 있던 오토는
아내 시즈에(오타케 시노부 분)가 달려와서 아기를 가졌다면서
기쁨에 넘쳐 행복해 하자 천진난만한 그녀를 포근히 안아준다
오토 부부는 오랜 기다림 끝에 태어난 딸에게 '눈의 아이'라는
뜻을 가진 ‘유키코’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유키코가 태어난지
두 달쯤 된 어느 날, 열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던
아내는 눈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린 딸의 시신을 안고 돌아온다
딸의 죽음을 지켜보지도 못한 채 어김없이 역을 지키고 있던
오토는 아내 시즈에가 위중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날에도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를 또 다시 혼자 보냈고,
그렇게 보낸 아내마저 딸이 있는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버리자
오토의 가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자리한다
정년퇴임을 앞둔 어느 새해 아침, 여느 날처럼 플랫폼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던 오토에게 오래된 인형을 안고 있는 한 낯선
소녀(히로스에 료코 분)가 다가오더니 마치 전부터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듯 천진스럽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오토는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모자와
복장을 단정히 갖춘 모습으로 역사에 쓰러진 채 발견되고...
호로마이는 예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제는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가서 노인들만 남아있는 곳으로
단선인 철로에는 겨우 한 칸짜리 증기기관차만 다니고 있지만
그나마 여객도 별로 없어서 곧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역을 묵묵히 지켜오던 역장 오토 역시
사라지는 역과 함께 정년을 담담히 맞이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자신의 일밖에 모르는 충직하고 과묵한 성격의 주인공과 그의
아내, 그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친구...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일본의 전후 시대와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는 강인한 일본인들을 볼 수 있지만
사회의 분위기는 그런 세대를 부인한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영화는 평범한 구성에 조용하고 거의 변화없는 화면을 통해서
단조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감동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직업관에 따라서 평생 한 자리만을 지키다가
일터에서 밀러나야 하는 나이 든 세대의 아픔을 그린 영화는
일본식 색채가 심하다든가 군국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눈에 덮인 홋카이도의 자연 풍광만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
흰 눈에 덮인 드넓은 들판과 병풍처럼 첩첩이 둘러싼 산들,
그 속을 기차가 거친 숨과 흰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흰 눈이 가득한 벌판에 끝없이 이어지는 두 줄기 철길 위로
눈보라가 날리고 기차가 힘차게 기적을 울리며 달려갑니다
‘그리우면 만나러 가야 한다
저 산을 넘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한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QBDLF2ePdv0&t=1s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
엑기 (1981)
무사 (1989)
호타루 (2001)
붉은 달 (2004)
당신에게 (2012)
'영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아이들 (34) (0) | 2005.06.24 |
---|---|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33) (0) | 2005.06.13 |
콘택트 (31) (0) | 2005.05.20 |
일 포스티노 (30) (0) | 2005.05.04 |
늑대와 춤을 (29) (0) | 200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