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천국의 아이들 (34)

해군52 2005. 6. 24. 23:46

 

원제 Bacheha-Ye aseman/The Children Of Heaven

제작년도 1997

제작국가 이란

상영시간 88

감독 Majid Majidi

출연 Mohammad Amir Naji, Amir Farrokh Hashemian,

       Bahare Seddiqi, Fereshte Sarabandi

 

신발 한 켤레를 잃어버리고 남은 한 켤레를 같이 신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순수함을 지키는 남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로

기쁨과 슬픔,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이란 영화의 수작입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뒤를 이어 이란 3세대를 대표하는 감독

마지드 마지디가 친구에게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고,

단순한 스토리, 사소한 사건, 화려하지 않은 영상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어린이를 주제로 하는 여러 편의 이란 영화들 중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너무 화려해진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처럼 기술과 돈이 아니라

이 영화의 주인공 남매와 같이 소박한 마음으로 재미를 만들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연출 솜씨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연기를 하다가 감독 데뷔작 <바둑>(1992)으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마지디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아버지>(1996)도 호평을 받아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마지디 감독이 쓴 각본에 깊은 인상을 받은 케빈 코스트너가

그에게 다른 작품의 각본을 의뢰하는가 하면 <천국의 아이들>

(1997)을 자신이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까지도 했다고 합니다

 

미국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에 4개월 동안이나 머무는 등

이란 영화의 첫 기록으로 감독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겨주었고,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가 아닌 낯선 이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에 4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란 영화로는 처음으로 1999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고요하고 미묘한 보석이라는 좋은 평을 받았고,

몬트리올영화제 대상을 포함한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초등학생인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안 분)

몸이 아픈 엄마(페레쉬테 사라반디 분)의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여동생 자라(바하레 시디키 분)의 하나뿐인 구두를 잃어버린다

 

여동생은 내일 학교에 신고 갈 신발이 없어서 눈물을 글썽이고

오빠는 아빠(모하마드 아미르 나지 분)에게 혼날 일을 걱정한다

 

신발을 찾지도 못 하고 새 신발을 살 여유도 없는 어린 남매는

오빠의 운동화 한 켤레를 번갈아 가며 같이 신을 수밖에 없다

오전반 동생이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달려오면 오후반 오빠가

골목길 모퉁이에서 운동화를 받아 신고 학교로 전력 질주한다

 

지각하다 교장 선생님(다리우쉬 모흐타리 분)에게 들킨 오빠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대며 식은땀을 흘리고,

동생이 운동화를 개천에 빠뜨린 날에 오빠가 또 지각을 해서

퇴학 위기를 맞지만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모면한다

동생도 오빠가 지각할까봐 시험도 대충 보고 달려오기 바쁘다

 

동생은 전교생이 모인 조회 시간에 자기 구두를 신은 아이를

발견하고 가슴을 졸이며 오빠와 함께 그 아이의 뒤를 밟지만

소녀의 아버지가 장님이며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것을 알고는

구두 돌려받기를 포기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

 

며칠 후, 어린이 마라톤대회 3등상이 운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오빠가 체육 선생님에게 대회 출전을 간절하게 애원하는데

선생님은 알리의 이런 애원을 무시하다가 골목길에서 단련된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더니 결국 학교 대표로 내보내기로 한다

 

알리는 동생에게 3등상인 운동화를 받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을 제치고 원하지 않는 1등을 하고 만다

TV 카메라와 사진 플래시가 터지지만 알리는 실망할 동생을

생각하면서 기쁨의 눈물이 아닌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데...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이란 영화는 작품성보다는

흥행성을 중요시하는 헐리우드 상업영화나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유럽 영화와는 달리 독특한 영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유럽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란 영화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를 비롯해서

<올리브나무 사이로>(1994),<체리 향기>(1997) 그리고 자파르

파나히의 <하얀 풍선>(1995) 등 여러 작품들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 영화도 이러한 이란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남매 역을 맡아 천진난만한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들은

감독이 테헤란 빈민지역 초등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찾아냈는데

두 배우 모두 영화의 주인공처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평범한

어린이들로 연기 경험도 없지만 영화 속에서 부모님께 혼날까

걱정하는 장면, 선생님께 거짓말로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 등은

그들이 직접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웬만한 스포츠영화 못지않게 박진감이 넘치는 마라톤 장면은

심각하면서도 유머스럽고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합니다

알리가 3등이 되어 운동화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던 관객들은

3등이 아닌 1등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알리를 보면서 허탈한

심정으로 운동화는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다시 하게 됩니다

 

허리가 아파도 돈을 벌기 위해 무거운 카페트를 빠는 어머니,

예배용 설탕을 만들며 자기 차에는 하나도 넣지 않는 아버지,

아픈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야 하는 가냘픈 어린 소녀,

여동생을 위해서 밑창이 터진 운동화로 전력 질주하는 소년...

 

새 고무신을 사면 가슴에 품고 잠들었던 지나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가난하지만 순박한 이란 서민의 모습입니다

 

1등이란 이유로 서글픈 소년이 부어오른 발을 연못에 담그자

금붕어들이 발을 보듬듯 모이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vrHPN-ab0oc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다른 작품들

 

 

아버지 (1996)

천국의 미소 (1999)

바란 (2001)

윌로우 트리 (2005)

참새들의 합창 (2008) 베를린 금곰상 후보

'영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논 인버스 (36)  (0) 2005.07.09
스모크 (35)  (0) 2005.07.03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33)  (0) 2005.06.13
철도원 (32)  (0) 2005.05.31
콘택트 (31)  (0) 200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