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삼나무에 내리는 눈 (53)

해군52 2006. 1. 31. 00:09

 

원제 Snow Falling On Cedars

제작년도 1999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126

감독 Scott Hicks

출연 Ethan Hawke, Youki Kudoh, Rick Yune, Richard Jenkins,

        James Cromwell, James Rebhorn, Max Von Sydow

 

일본의 진주만 공습 후유증으로 일본인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던 1950년대, 다수의 일본인이 거주하는 미국

서해안 한 어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기둥 줄거리로 하면서

인종과 전쟁을 둘러싼 죽음, 미움 그리고 슬픈 사랑의 감정을

가라앉은 색채로 아름답게 표현한 매우 서정적인 영화입니다

 

포크너상 수상자인 데이빗 거터슨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샤인>(1996)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콧 힉스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힉스 감독은 우간다에서 태어나 케냐와 영국을 거쳐 호주에

정착해서 학업을 마친 후 다큐 연출자로 활동했는데 천안문

사태 직전 인민해방군의 모습을 담은 다큐 <철의 만리장성>

(1989)으로 피바디상을, 잠수함 세계를 담은 4시간짜리 다큐

<잠수함: 철상어>(1993)로 에미상을 받은 관록의 감독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미스테리, 법정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 주려고 한 탓에 오히려

산만한 느낌인데다 단조로운 이야기와 긴 상영시간까지 더해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 했고 평론가들의 반응도 냉담했습니다

 

그래도 삼나무에 내리는 눈뿐만 아니라 바닷가, 숲 그리고

비 내리는 풍경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잡아낸 뛰어난 영상미,

이런 영상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 양쪽 입장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면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합니다

 

2000년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시카고,

달라스, 라스베가스 영화비평가협회에서 촬영상을 받았습니다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미국 서해안의 작은 어촌 피에드라는

일본인과 미국인이 화합을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곳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안개 짙은 날 밤,

이 작은 마을에서 한 어부의 익사체가 그물에 걸려 발견되자

희생자와 같이 있었던 일본인 가츠오 미야모또(릭 윤 분)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이 사건의 피의자로 법정에 서게 된다

 

피의자의 부인 하츠에(유키 쿠도 분)의 첫사랑이던 백인 청년

이쉬마엘 챔버스(에단 호크 분)는 기자로 이 사건을 취재한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서로에 의지하며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진주만 공습으로 일본인들이 강제 격리수용되는 상황이 되자

하츠에는 이쉬마엘을 포기하고 일본인 가츠오와 결혼했었다

 

진주만 공습의 후유증으로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나쁜데다가

넬스(막스 폰 시도우 분) 변호사도 무죄를 입증하지 못 해서

상황은 피의자인 가츠오에게 불리하게만 전개되어 가던 중에

사건을 취재하던 이쉬마엘이 가츠오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될 만한 한 선박의 항해일지를 입수하게 된다

 

첫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잠시 갈등하던

이쉬마엘은 그 증거를 제시하여 가츠오를 풀려나게 해주고,

이에 하츠에는 결정적인 도움으로 남편을 구해준 이쉬마엘과

마지막 포옹을 하며 따뜻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그들의 안식처였던 삼나무 숲에는 여전히 눈이 내려 쌓이고,

내리는 눈 속에 둘만의 신비한 사랑이 비밀로 묻혀지게 된다

그 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알지 못하도록......

 

 

일본과의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서해안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안보상의 이유로 네바다 등 집단수용소에 격리되었던 사실은

같은 적국이면서도 격리 수용되지 않았던 이탈리아나 독일계

미국인들과 비교되어 인종차별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소재를 다룬 앨런 파카의 <폭풍의 나날>(1990)에 이어

스콧 힉스 감독도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소용돌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꿈을 잃거나 고통 받았었는지

시종 음울한 청회색 겨울 빛깔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린 시절 삼나무 숲에서 순수와 열정으로 사랑을 키웠지만

전쟁과 인종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남녀 주인공과

억울한 살인누명으로 위기에 몰리는 일본인 피의자를 통해서

힉스 감독은 이민세대의 고단한 삶의 역정과 인종간 시각차

그리고 백인사회의 자만과 우월주의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노배우 막스 폰 시도우가 변호사로 출연해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비포 선라이즈>(1996)로 여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예 에단 호크가 여린 듯 우수에 찬 눈빛의

젊은 기자로 출연하는 등 출연진의 폭이 넓고도 탄탄합니다

 

한편 세계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명문 와튼스쿨 출신으로

스포츠 모델과 월스트리트 증권맨을 거쳐 할리우드에 데뷔

하는 한국계 릭 윤이 이 영화에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화제였지만 기대한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 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3백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154위에 올라있었는데 이 영화 개봉 이후

15위로 뛰어올라 영화의 막강한 영향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오직 두 사람만 아는 비밀스런 장소인 삼나무숲 둥지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떨어지는 빗물을 함께 마시는 아름다운 장면은

어린 시절 보았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하게 합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SY6mC4I4SWk

 

 

스콧 힉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세바스챤과 참새 (1988)

샤인 (1996)

삼나무에 내리는 눈 (1999)

하트 인 아틀란티스 (2001)

사랑의 레시피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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