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화양연화 (54)

해군52 2006. 2. 21. 00:11

 

원제 花樣年華 / In The Mood For Love

제작년도 2000

제작국가 프랑스, 홍콩

상영시간 97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장만옥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리는 스타일리스트 왕가위 감독이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30대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고독과 슬픔을 바탕에

깔면서 사랑 이야기를 감각적이고 화려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원래 <북경지하>라는 제목으로 북경에서 촬영을 시작했지만

중국 정부의 검열과 제작비 문제로 촬영을 전면 중단했다가

제목과 시나리오까지 바꾸고 홍콩과 방콕에서 촬영했습니다

 

새로운 제목인 <화양연화>'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또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뜻입니다

 

배우의 연기력을 끌어내는 왕가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양조위와 장만옥이라는 세계 수준의 걸출한 두 배우의 매력,

크리스토퍼 도일의 현란한 촬영 솜씨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사랑에 대한 절제와 영상미가 대단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장만옥이 입고 나온 26벌의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

꽃무늬 벽지로 장식한 침실 벽과 붉은 커튼이 날리는 복도가

대단히 화려하면서도 주인공의 내면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냇킹 콜이 투박한 목소리로 부르는 'Quizas,Quizas,Quizas'

삶의 허무를 표현한 느린 화면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2000년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국내에 소개되었고,

2000년 칸에서 남우주연상과 기술상 수상, 황금종려상 후보,

2001년 홍콩영화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녀주연 등 5

부문 수상, 세자르영화제 최우수외국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1962년 홍콩, 상하이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

무역회사 비서로 근무하는 리첸(장만옥 분)과 그녀의 남편,

일간지 편집장으로 근무하는 차우(양조위 분)와 그의 아내,

두 가구가 우연히 같은 날 바로 이웃집으로 이사 들어온다

 

옆집 발자국 소리까지 들리는 좁은 아파트에서 집주인들은

자주 만나 마작을 하거나 최근의 소문을 이야기하며 지낸다

 

차우의 아내는 호텔에서 근무하느라 자주 집을 비우게 되고,

리첸의 남편은 사업상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기 때문에

집에 혼자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차우와 리첸은 거리에서

또는 음식을 사러 다니다가 자주 만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차우는 리첸이 자기 아내와 똑같은 핸드백을 가지고 있으며,

리첸은 차우가 자기 남편과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각각 자신들의 배우자끼리 불륜관계임을 알게 된다

 

리첸은 사랑하는 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 채 슬픔에 빠지고,

차우는 그런 리첸을 위로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질투와 배신의 상처를 공유하는 두 사람은 복수를 꿈꾸기도

하고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면서 차츰 실제로 가까워지지만

이런 특별한 감정을 절제하며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다가

주위의 눈총을 의식한 차우가 싱가폴로 떠나 헤어지게 된다

 

그 후 리첸과 차우는 싱가폴과 홍콩의 상대방을 찾아가지만

서로 어긋나기만 하고 두 사람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4년 후 앙코르와트 사원을 찾은 차우는 리첸에 대한 마음과

잊지 못할 추억을 석벽 작은 구멍에 넣고 진흙으로 봉한다

 

 

몸에 꽉 끼는 화려한 치파오와 뾰족한 하이힐 차림의 여자가

김이 나오는 국수통을 들고 머리를 곧추 세운 채 걸어갑니다

아주 천천히

 

그런 여자를 가게 모퉁이에서 훔쳐보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갈듯 걸어가다가 그냥 스치듯 지나가 버립니다

역시 아주 천천히

 

왕감독은 이야기 진행 중 어느 순간들은 대담하게 생략하고,

어느 순간들은 슬로우 모션을 반복 사용하여 지연시킴으로써

마치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걷는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킵니다

 

또한 주인공들이 닿을 듯 하다가 그냥 스쳐지나가도록 해서

오히려 더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하고,

만날 듯 하다가 어긋나게 해서 더 아쉽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오는 날 골목 담에 기대어 냉가슴 앓듯 담배를 무는 남자,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려다가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

 

싱가포르 지사 발령을 자원해서 도망가듯이 떠나가는 남자,

그를 쫓아가지만 수화기를 든 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여자,

 

치파오에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호텔 복도를 달려가는 여자,

앙코르와트 사원 석벽 구멍에 대고 뭔가를 이야기하는 남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서 어쩔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면서도

그런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고 안타까워할 뿐입니다

 

결국 그들이 다하지 못한 비밀스런 이야기는 신비로운 사원

안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게 됩니다

신화와도 같이 영원히......

 

 

 

영화 주제곡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bOq_jnvDXV8&t=23s

 

 

왕가위 감독의 다른 영화들

 

 

열혈남아 (1987)

아비정전 (1990)

동사서독 (1994) 베니스 금사자상 후보

중경삼림 (1994)

 

해피 투게더 (1997) 칸 감독상

2046 (2004) 칸 황금종려상 후보

나의 블루베리 나이츠 (2007) 칸 황금종려상 후보

일대종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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