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마르셀의 여름 (57)

해군52 2006. 4. 9. 00:15

 

원제 La Gloire De Mon Pere (My Father's Glory)

제작년도 1990

제작국가 프랑스

상영시간 105

감독 Yves Robert

출연 Philippe Caubere, Nathalie Roussel, Julien Ciamaca,

       Didier Pain, Therese Liotard, Joris Molinas

 

시골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 방학을 보내는 도시 소년이

완벽했다고 믿었던 아버지를 인간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성장영화로 온 가족이 볼만한 가족영화입니다

 

<마농의 샘>으로 널리 알려진 극작가, 영화감독, 소설가이자

시인인 프랑스의 국민작가 마르셀 빠뇰이 쓴 네 편의 자전적

소설을 썼고, 어린 시절 이 소설을 읽은 이브 로베르 감독이

6년 이상 공을 들여 그 중 <아빠의 영광><엄마의 성>

이 영화와 <마르셀의 추억> 2부작으로 스크린에 옮겼습니다

 

자신의 우상이던 아버지를 통해 세상에 눈떠가는 어린 소년과

인간미 있는 주변 인물들의 교감이 더없이 따뜻하게 그려졌고

문학적이면서도 애교있는 독설과 반전, 가슴 뭉클한 가족애와

절묘한 캐스팅, 수채화 같은 화면이 잘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짙고 푸른 대자연에 문학적인 향기와 위트 가득한 나레이션,

정감 넘치는 화면과 음악의 조화 등 영화로서의 매력과 함께

문화대국인 프랑스를 만들어낸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또한

프랑스인의 교육 방법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작품입니다

 

프랑스 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6,324,540)을 동원하였고,

미국에서 36주간이나 상영되는 등 흥행에 크게 성공하였으며

유니세프가 전세계 배급을 공식적으로 후원하기도 하였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목가적인 시골 마을 오바뉴,

교사인 아버지 조제프(필립 꼬베르 분)가 아름다운 재단사인

어머니 오귀스틴(나탈리 루셀 분)을 만나 결혼했고, 그리고

얼마 후 나 마르셀(줄리앙 시아마까 분)이 세상에 태어났다

 

시골학교 작은 건물 1층에서는 아버지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우리 가족은 2층에서 살았는데 교실 뒷자리에 앉아 ''들의

어깨 너머로 교단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자라는 나에게

학교는 이 세상 전부였고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신과 같았다

 

어느 날 글자를 배운 적이 없었던 내가 칠판의 문장을 읽자

아버지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지만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 어머니는 나에게 책과 교실을 금지시켰다

 

동생 폴이 태어난 해 아버지는 공립 초등교사로 승진하셨고,

노처녀인 로즈 이모(테레제 이오타르 분)가 고급공무원이자

부자인 남자(디디에 파인 분)와 결혼을 하자 전능한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와 이모부와의 미묘한 경쟁관계가 시작되었다

 

이모 가족과 함께 시골 별장으로 휴가를 떠났던 그 해 여름

나는 도마뱀이 다니는 길, 구름이 노니는 호수에서 행복했고,

아버지가 운동장에서 벌어진 쇠공치기 놀이에서 일등을 해서

이런 행복은 절정에 달했고 아버지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휴가가 끝날 즈음 사냥을 하기 위해 이모부가 최신식 엽총을

꺼내들고 아버지가 낡은 화승총을 꺼내든 순간부터 무엇이든

잘 알던 아버지는 입을 닫고 이모부는 잘난 척하기 시작했다

이모부는 사냥한 짐승을 백화점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데

아버지는 장전도 제대로 못 하고 목표물을 맞추지도 못 했다

 

나는 아버지 앞으로 새들을 몰아주려 애쓰다가 길을 잃지만

우연히 마주친 시골 소년의 도움으로 다행히 길을 찾는 순간

아버지의 총에 대왕자고새 두 마리가 떨어지는데...

 

꽃 모자와 환한 드레스에 흰 장갑과 양산으로 치장한 숙녀,

정성껏 콧수염을 다듬고 멜빵바지 차림에 모자를 쓴 신사,

밝은 셔츠와 푸른 반바지에 단화와 목양말을 신은 아이들...

 

이들이 내뿜는 밝은 웃음에 관객들은 영화 내내 행복합니다

 

어느 여름날 사냥에 나선 아버지와 이모부를 따라간 소년은

이모부 앞에서 쩔쩔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실망도 하고,

부진한 성과에 안타까워하며 아버지 쪽으로 새를 몰아주는데

드디어 아버지의 총에 맞은 대왕자고새 두 마리가 떨어지자

소년은 새를 움켜쥐고 아버지에게 달려가며 크게 소리칩니다

 

"아빠가 잡았어요!"

 

어린 소년에게 아버지는 가장 거대하고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선생님인 아버지는 이 세상 무엇이든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마을을 돌며 어린애처럼 잡은 새를 자랑하고,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나서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면서

소년은 마치 신처럼 전지전능하게만 여겨지던 아버지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누가 열 것인가를 다투는 마르셀 형제,

어린 눈에는 놀라움으로 비치는 노처녀 로즈 이모의 늦바람,

번개치는 날 마르셀과 시골 소년의 만남 등 주인공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잔잔하게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별다른 기교없이 느리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지만

순진무구한 소년의 상상력이 빚어낸 대사와 여러 에피소드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사실적이고 현장감있는 효과음이 주는

무공해의 청량감이 가득해 맑은 샘물같은 느낌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원제는 <아버지의 영광>인데 그 영광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가 얼마나 피땀을 흘리는지 모두들 알고나 있을까요?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3jZBiokFbL0

 

이브 로베르 감독의 다른 연출작

단추전쟁 (1962)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 (1967)

스파이 오퍼레이션 (1972) 베를린 은곰상

파든 몽 어페어, ! (1977) 세자르 작품상 후보

마르셀의 추억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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