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69)

해군52 2007. 8. 4. 00:35

 

원제 Une Liaison Pornographique (A Pornographic Affair)

제작년도 1999

제작국가 벨기에, 프랑스, 룩셈브루크

상영시간 80

감독 Frederic Fonteyne

출연 Nathalie Baye, Sergi Lopez

 

성적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해서 익명으로 만난 중년의 남녀가

서서히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벨기에 출신 감독이자 배우인 프레데릭 폰테인의 연출작으로

성과 사랑의 관계를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이후 '섹스를 통한 소통' 문제를 다룬 유럽영화의 하나이지만

폰테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

절대적인 관념을 부정하고 사랑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갑니다

 

여주인공이 자신의 행동을 포르노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하지만

남녀가 욕조 안에서 어릴 때 앓던 천식과 알러지를 이야기하고,

여자는 헤어지며 눈물 흘리고, 남자는 여자의 고백에 눈물짓고,

지하철역에서 여자를 뒤쫓아가는 등 보통 연인들의 장면이 많고,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 같은 호기심을 채워주는 장면은 없습니다

 

프랑스 개봉 당시 피가로지로부터 남녀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요란하지 않고 깔끔한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영화잡지의 베니스영화제 관련 기사에 소개된

스틸 사진 한 장 탓에 제목처럼 에로틱한 영화로 알려지면서

2000년 국내에서 개봉된 외국영화 중 10위에 오르기도 했고,

예술성 있는 작품들만 상영하는 대표적 극장인 시네큐브에서

에로스와 클래식의 만남이란 시리즈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1999년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고,

기묘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을 깊이 있는 표정연기로 소화한

프랑스의 중견 배우 나탈리 베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성적 판타지를 위해 잡지에 섹스 파트너를 구하는 광고를 낸

그녀(나탈리 베이 분)와 이에 호응한 그(세르지 로페즈 분)

카페에서 만나 몇 마디 짧은 인사를 나누면서 호감을 느끼고

당초 목적을 위해 그녀가 예약해 놓은 호텔로 자리를 옮긴다

 

섹스만을 위해 카페와 호텔에서 만남을 두 번 반복한 그들은

헤어지려는 순간 그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저녁을 함께 하며

상대방 유혹에 신경 쓸 일 없이 솔직하고 편안하게 대화한다

 

두 사람이 이런 형태의 만남을 반복하는 몇 달 동안 처음에는

상대방의 아름다움이 보이지만, 점차 결점이 보이다가 마침내

아름다움도 결점도 모두 보이지 않을만큼 익숙한 상황이 된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어느 날 그녀가 헤어지면서 눈물을 보인다

그녀는 그와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돌아가면서도

자신에게 생긴 상실감 같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다음 주에 만나서 화난 듯 대화를 나누고 호텔까지 다녀온 두

사람은 말다툼 끝에 애매하게 다음 약속만을 남기고 헤어진다

혼란스러워하는 그녀가 먼저 돌아서서 지하철역으로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그가 뒤쫓아 가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 주, 그녀의 이름도, 연락처도 알지 못한 채 카페에서

초조히 기다리던 그 앞에 그녀가 나타나 함께 호텔로 가는데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당초의 목적인 성적 판타지라는 욕망과

점차 더해지는 사랑의 감정과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두 사람은

이날 호텔에서 쓰러진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평생 부인이 싫어 다른 여자를 쫓아다니다가 호텔에서 쓰러진

할아버지는 병원에 실려가서도 끝내 부인을 부정하며 죽지만

남편의 존재만이 희망인 할머니는 절망 끝에 자살을 결심한다

 

다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할머니의 자살 뉴스를 접하고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면서 상대방의 고백을 기다리는데...

 

 

영화는 한 남자가 그녀를 번갈아 인터뷰하는 식으로

두 사람의 지나간 만남 과정을 보여주는데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누군가의 연애담을 듣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녀의 만남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같은 사실에 대해 그녀의 가끔 엇갈린 대답은

그들의 만남이 남겨놓은 각기 다른 실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각자가 서로 달리 받아들인 사랑에 대한 기억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나눈 판타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물어도

두 사람 모두 입을 닫고 실체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두 사람의 직업과 가족관계, 사회적 배경은 물론 이름

조차 밝히지 않고 그저 그녀라고 익명으로 부릅니다

 

두 사람이 카페와 호텔에서 만날 때에도 다음 주에 오겠냐?’

외에 간혹 상대방에 대하여 질문하지만 답은 듣지 못 합니다

 

그들은 매주 목요일 같은 카페에서 만나 짧은 인사만 나누고

곧장 호텔 카운터로 가서 열쇠를 받고는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때까지 이들을 열심히 쫓던 카메라는 방문 앞에서 멈추고,

핏빛처럼 붉은 복도만 보여주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들의 만남은 본능에 가장 가까운 언어-섹스-로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점차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긴장감이 사라진 그 자리에 편안함이 대신하게 되면

카메라가 푸른 빛 가득한 호텔 방안까지 따라서 들어갑니다

 

이 영화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남녀관계를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파격적이고 특이하게 그린 것만은 사실이지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부터

파트리스 쉐로의 <정사>까지 특이한 남녀관계에 초점을 맞춘

수많은 영화들에 자주 등장한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아니라

심리 묘사를 통해 사랑을 그린 클래식하게 야한영화입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jN9a54jcVBo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1999) 베니스 황금사자상 후보

질의 여인 (2004) 베니스 예술영화연맹상

탱고 위드 미 (2012) 베니스 오리종티 심사위원특별상

워킹 걸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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