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도 1992년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18분
감독 박종원
출연 홍경인, 고정일, 최민식, 이진선, 태민영, 신구
3.15 부정선거에서 4.19혁명에 이르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권력의 속성과 그에 안주하는 기득권 세력을 통렬히 꼬집으며
독재에 저항하지 못하는 대중을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유명 작가 이문열이 쓴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접한
박종원 감독은 이 소설을 자신의 감독 데뷔작으로 생각했지만
영화사가 '검열과 흥행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해 영화화 작업이
계속 늦춰지자 <구로 아리랑>(1989)으로 영화감독에 데뷔했고
이후 작품들로 국내 주요 영화제의 감독상을 모두 석권합니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치밀한
연출과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빼어난 작품을 만들어냈고
아역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교사로 쓰인 초등학교 분위기가
영화 내용과 잘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독재 권력의 강압적 정치 시대를 풍자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그러한 절대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 저항은 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면서 복종하는 대중과 정치인의 모습을 그리는 등
상당히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초등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편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주인공 한병태의 실제 모델은 작가의 밀양초등학교 동창이자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정책실장을 역임한 유명인사입니다
개봉관 관객이 4만에 그쳐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한때 한국 영화 중에서 비디오 대여 순위 l위를 차지하였고,
1992년 몬트리올영화제 제작자상, 청룡영화제 감독,작품상,
1993년 대종상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한 4개 부문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고 좋은 영화로 인정된 작품입니다
회사 안 권력다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 두고
학원 강사로 소극적인 삶을 사는 중년의 한병태(태민영 분)는
초등학교 은사 최선생님(신구 분)의 부음 소식을 전해 듣는다
당시 반장이던 엄석대가 상가에 온다는 소식에 끌려서 상가로
향하면서 병태는 기차 안에서 30년 전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30년 전 자유당 정권 시절, 시골로 전근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에서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로 전학하는
병태(고정일 분)에게 처음 본 학교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우월감을 뽐내고 싶었지만 담임 최선생님과 아이들의 무관심
속에 던져진 병태는 그곳에서 선생님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아이들이 왕처럼 떠받드는 엄석대(홍경인 분)를 만나게 된다
석대를 이겨야만 모든 것이 원상 복귀될 것으로 여긴 병태는
반장인 석대에게 대항하려 하지만 석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석대의 권력 아래로 편입되어 안주하게 된다
새 학년이 되면서 부임한 젊고 유능한 김선생님(최민식 분)은
반 아이들에게 정직, 진실, 용기에 대한 올바른 신념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고, 모두가 동등한 친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김선생님은 석대가 부당한 권력으로 군림한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채고 석대는 김선생님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을 느끼지만
지금까지 세워온 왕국을 포기할 수 없어 이를 고수하려 한다
김선생님이 석대의 시험지 바꿔쓰기 부정을 발견하고 처벌을
하자 병태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석대의 잘못을 고발하고,
석대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뛰쳐나간 뒤 밤에
교실에 불을 지르고 사라져 다시는 학교에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안정을 찾은 병태는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가고
세월이 지나 대학 졸업 후 영어학원 강사로 지내면서 평범한
소시민이 된 병태는 어디선가 틀림없이 또 다른 5학년 2반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을 무소불위의 석대를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 2반을 자신의 왕국처럼 지배하는 엄석대는
반 아이들 모두를 꼼짝 못하게 휘어잡는 무서운 아이입니다
막강한 지배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고 이 맛에 빠진 석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공작도 서슴치 않습니다
이 ‘일그러진 영웅’에 도전하려는 모범생 한병태는 다수결의
원칙, 금력, 노력, 외부의 더 큰 권력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다가 모두 실패하자 오히려 2인자 자리에 안주합니다
엄석대가 저지른 부정과 비리를 적발해서 낱낱이 폭로하고,
진실과 자유의 가치를 역설하며 정의감이 넘치는 김선생님은
30년이 지난 후에 허세나 부리는 국회의원이 되어 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엄석대가 훗날 암흑가의 불량배가 되었다가
끝내는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을 한병태가 목격하게 된다는데
이 영화에서는 엄석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대신
은사의 장례식에 대형 화환을 2개씩이나 보낸 장면을 통해
어디선가 여전히 무서운 힘을 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막강한 권력과 금력의 결탁, 권력 유지를 위한 야비한 공작,
독재 권력의 허망한 종말, 무너진 권력에 대한 끝없는 비난...
주인공들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잘된 영화를 보면서도 기분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휘날리고 남북통일 완수한다‘
‘우리는 강철같이 단결하여 공산침략자를 쳐부순다‘
‘애국애족 멸사봉공’ ‘반공방첩’ ‘불조심’... 등등
영화 속 국민학교 곳곳에 붙어 있는 이런 구호와 표어들은
나이 든 세대에게는 너무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영화 리뷰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0fz-dC9g3cY
박종원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구로 아리랑 (198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2)
영원한 제국 (1995)
송어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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