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마리포사 (66)

해군52 2006. 8. 11. 00:28

 

원제 La Lengua De Las Mariposas / Butterfly's Tongue

제작년도 2000

제작국가 스페인

상영시간 95

감독 Jose Luis Cuerda

출연 Fernando Fernan Gomez, Manuel Lozano

 

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0년대, 치열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극단적인 혼란을 겪고 내전까지 겪게 되는

스페인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집안에서만 갇혀 살던 어린

시골 소년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선생님과 우정을 나누면서

새로운 세상 모습에 눈 떠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입니다

 

영화는 갓 시골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감하고 내성적인 소년이

생존을 건 힘의 다툼 등 어른들의 세계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사이사이에 파시즘으로 인한

참상이 처절하게 드러났던 스페인 내전의 전조를 보여주면서

삶과 사랑, 우정과 자유 등 여러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작가이자 언론인 마누엘 리바스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인데

원작과 영화의 제목인 '나비의 혀'는 꽃에서 달콤함을 취하는

동시에 꽃가루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나비의 행태를 통해

자유의 가치를 역설하는 선생님의 곤충 교육에서 나왔습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1997)의 제작자로 더 많이 알려진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가 제작은 물론 각본과 연출까지 13역을

맡았고, <오픈 유어 아이즈>(1997)를 연출했던 칠레 태생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 아닌 음악을 맡았으며

스페인 국민 배우 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는 완벽한 연기로

인간 존엄함의 아름다운 연기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0년도 스페인 고야영화제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선댄스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어 박수를 받았습니다

 

 

1936년 스페인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공화주의 정부와

군과 카톨릭을 주축으로 정부에 반기를 든 극우 보수세력이

극렬하게 대립하면서 내전까지 일어날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여린 심성의 여덟 살 소년

몬초(마누엘 로사노 분)는 천식 때문에 밖에 나가기 어렵다

 

매질을 하는 무서운 선생님을 상상하며 입학을 두려워하다가

엄마 손에 이끌려 작은 가슴을 졸이면서 처음 등교한 몬초는

입학 첫날부터 바지에 오줌을 싸고 학교에서 도망쳐나오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그레고리오 선생님(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스

)의 설득으로 다시 학교에 나가고 차츰 재미를 붙이게 된다

 

선생님은 야외 수업을 통해 참새들이 구애하는 방법과 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완벽한 나선형인 나비의 혀에 대하여 설명하며

몬초와 친구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알게 한다

 

지각이 예민한 몬초는 나비와 신, 문학과 인생을 깨우쳐가고,

공화주의자인 아빠는 물론이고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엄마도

인자하면서 현명한 선생님의 인품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불안하던 정국은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지고,

평화롭던 마을 사람들은 갑자기 두 갈래로 갈라져 대립한다

파시스트가 권력을 잡게 되면서 궁지에 몰린 공화주의자들은

신념을 버리든가 숙청을 당하든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제까지 모두가 존경하던 선생님은 공화주의자의 편이라는

이유로 오늘부터 갑자기 만인의 적이 되어 숙청 대상이 되고

몬초는 가족으로부터 선생님을 비난하라는 재촉에 시달린다

 

마을의 공화주의자들이 파시스트 군인 트럭에 실려가는 날,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몬초는 이유도 모르는 채

끌려가는 선생님을 쫓아가며 성난 얼굴로 돌팔매질을 한다

 

 

한국 전쟁이 우리에게 지우기 어려운 역사적 상흔인 것처럼

스페인 내전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치유되지 않는 아픔입니다

 

스페인 역사와 정치가 수십 년 동안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카톨릭 교회, 군부세력, 지주, 기업가 중심의 국가주의자와

노동자, 일부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공화주의자로 양분되었고

독일, 이탈리아, 소련, 프랑스, 멕시코 등 여러 나라가 개입,

이 전쟁에서 최소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천식을 오래 앓고 있어서 집밖에 나가지 못했던 8살 소년은

그레고리오 선생님과 함께 바깥세상 경험을 처음 시작합니다

그에게 세상은 너무 이상하고 두려운 것들이 많은 곳이지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정말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도 많습니다

 

갈리시아 숲, 초록의 나무, 소용돌이처럼 돌돌 말린 나비의

혀는 소년이 그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입니다

 

'지옥은 증오와 폭력에 휩싸인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또는

'자유를 잃는 것은 존재 이유를 잃는 것'이라고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자연에 대한 사랑, 인간애, 지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지닌 인물이자 소년에게는 친구 이상의

존재이지만 격하게 불어닥친 마녀사냥에 휘말려 희생됩니다

 

엄마의 품을 벗어나 세상 밖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과 용기를

심어주고 사랑의 고귀함을 느끼도록 일깨워준 선생님이지만

어린 소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어떤 무엇인가가

존경하던 선생님과 어린 제자 사이를 무참하게 갈라놓습니다

 

선생님에게 돌을 던져야 할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으면서도

성난 표정으로 돌멩이를 움켜쥐고 선생님을 뒤쫓아가며 등에

돌을 던지는 소년의 마지막 모습이 아프게 여운을 남깁니다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을 갈래갈래 찢어버린 맹목적인 증오와

살아남으려고 서로를 부정해야 했던 인간들의 광기에 반해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JSgUBrnRpAk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

 

 

에듀케이션 오브 페어리스 (2006)

더 블라인드 선플라워스 (2008)

올 이즈 사일런스 (2012)

썸 타임 애프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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