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깐느의 연인 (80)

해군52 2007. 12. 9. 00:49

 

원제 A Star For Two

제작년도 1991

제작국가 프랑스/캐나다

감독 Jimmy Kaufman

출연 Lauren Bacall, Anthony Quinn, Jean-Pierre Aumont,

 

프랑스의 아름다운 휴양도시로 유명한 깐느 해변을 배경으로

젊은 시절 전쟁 때문에 헤어졌다가 40년 만에 만난 연인들이

타의에 의해 끊어졌던 사랑을 다시 이어가는 황혼의 로맨스를

그린 눈물겹도록 애틋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의 드라마입니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불태웠던 두 남녀가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겪고 난 황혼기에 다시 만나 그들을 억지로 갈라놓았던

전쟁의 한을 되새기며 뒤늦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모습을

주로 TV에서 활동하던 지미 카우프먼 감독이 별다른 기교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물흐르듯 잔잔하게 그려나갑니다

 

만년의 주인공들은 40년 만에 두 번째 사랑의 꽃을 피우는데

칼라화면으로 그려진 황혼기의 마지막 사랑 이야기 중간중간

젊은 시절 풋풋한 두 사람의 모습이 흑백화면으로 그려집니다

 

<><노틀담의 곱추><그리스인 조르바> 60여 편 영화에서

서민적 풍모와 명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고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하기도 했던 50여년 경력의 노장 안소니 퀸은 이 영화가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열정을 쏟았다고 합니다

 

<소유와 무소유><빅 슬립><키 라르고> 등에서 강렬한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남성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쳤던 로렌 바콜은

잔주름 많은 눈매로도 여전히 어울리는 연인 역을 연기했습니다

 

이들 관록의 두 스타가 콤비를 이루어 원숙한 연기를 펼치며

전쟁 때문에 엇갈린 사랑과 삶의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노인과 바다>(1990)에서도 안소니 퀸과 함께 출연했던 그의

아들 프란세스코 퀸이 젊은 시절 주인공 역으로 출연합니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 때문에 비평과 흥행 결과가 좋지 않았고,

주요영화제에서 후보가 되거나 수상한 기록도 전혀 없었으니

두 원로 배우를 한 곳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초로의 암 전문의 가브리엘(안소니 퀸 분)

특수암을 앓는 소녀를 수술하기 위해 프랑스 깐느를 방문한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깐느에 살며 아름다운 사랑을 키웠던

그에게 깐느는 잊지 못할 많은 추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2차 대전 중 독일군들은 가브리엘(프란세스코 퀸 분)이 보는

앞에서 그의 연인이던 에드위시를 납치해 가버렸고, 그 이후

서로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갔다

 

한편 40년이 지나도록 깐느 해변의 옛날 집에 살면서 자신의

대저택에 의사, 간호사, 요리사 등 전문 인력을 두고 무의탁

노인들에게 숙식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양로원을 운영하는

에드위시(로렌 바콜 분)는 그가 온다는 소식에 가슴을 졸인다

 

젊은 시절 연인관계이었지만 강제로 헤어져야 했던 두 사람은

기쁨과 긴장이 뒤섞인 상태에서 무려 40년 만에 다시 만나지만

두 사람 모두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서

그 옛날 그토록 좋아했던 흔적을 하나씩 찾아내고 되살려낸다

 

가브리엘은 예정대로 환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계속 깐느에 남아서 에드위시와 함께 지내면서

전쟁 중에 헤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어 간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뿐인 듯 파티에서 춤을

추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가브리엘은 신속한 응급조치로

목숨은 건지지만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반신불수 신세가 된다

 

에드위시는 반신불수가 된 가브리엘을 간호하며 잘 보살피려

하지만 두 사람이 젊은 시절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 자책하는 가브리엘은 이번에는 전쟁도 운명도

아닌 바로 나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에드위시의 곁을 떠나 외딴 곳에 숨어버린다

 

그러나 남은 삶을 가브리엘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에드위시는

가브리엘을 찾아 외딴 섬까지 따라가는데...

 

 

영화 첫 장면에서 백발의 주인공이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하는

독백 내용이 영화 후반부에서도 또 한 번 반복되는데 인생에서

순수한 시절이 두 번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은 인생에서 두 번 아이가 된다고 했다

한 번은 태어나서, 또 한 번은 노인이 되어서...

중년에는 다시 오지 않을 동심의 세계를 그리워하지

 

4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 식탁에서 나누는 이런 짧은 대화가

그들이 보낸 지난 세월 동안 겪었을 아픈 사연을 말해 줍니다

 

- “그동안 미국에는 안 왔던가요? 왜 나를 찾지 않았죠?”

- “전화를 했더니 부인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찾을 필요를 안 느꼈어요

 

전쟁 중에는 나치 병사에게 끌려가던 그녀를 구하지 못 했고,

전쟁 후에는 그녀를 찾아보지 않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던

그는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회한으로 그녀의 눈치만 살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마고우를 만나 주체할 수 없이 술을 마시고,

비틀비틀 혼자 걸으며 술병 채 술을 마시고 옛날 그녀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수에 들어가 물을 뒤집어씁니다

 

그런 모습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는 그녀는 지나간 젊은

날 빼앗긴 사랑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이제 또다시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여생을 그와 함께 하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그는 그녀에게 팔찌를 끼워주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지나간 세월을 누가 잡아줄까?

아무도 몰라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나이가 되었을 때

마지막 열정으로 소중한 사람을 아끼며 마음에 끌어안는 사랑은

젊은 날의 뜨거운 격정 같은 것은 없더라도 역시 아름답겠지요?

 

 

* 이 영화와 감독에 관한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영화 예고편이나 주제곡 영상도 찾지 못 했습니다

  IMDb에 의하면 카우프만 감독의 연출작품이 33편인데

  대부분 TV시리즈와 TV영화라서 전부 낯선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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