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Kavkazskij Plennik/Prisoner Of The Mountains
제작년도 1996년
제작국가 러시아
상영시간 98분
감독 Sergei Bodrov
출연 Oleg Menshikov, Sergei Bodrov Ml.,
Susanna Mekhraliyeva, Dzhemal Sikharulidze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코카서스 지방의 체첸공화국을 무대로
러시아 군인과 체첸 주민들 사이에 있었던 짧은 일화를 통해
패권주의 비판과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반전영화의 걸작으로
대문호 톨스토이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같은 이름의
단편 소설을 1990년대 상황으로 각색하여 영상에 옮겼습니다
각본과 제작까지 1인3역을 담당한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은
오랜 세월 적대관계인 러시아와 체첸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반전 메시지의 노골적 표출도 철저히 피한 채 다큐멘터리처럼
중립적인 입장에서 담담한 관찰자의 시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보드로프 감독의 아들인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는 이 영화에
젊은 러시아 병사 바냐 역으로 출연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감독으로도 데뷔했지만 촬영 중 산사태로 실종 되었습니다
러시아 스탭들만 참여한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화려함과 극적 장면 없는 느슨한 연출의 러시아 스타일이지만
코카서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슬라브 음악과
그림같이 험준한 산간 오지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잘 어우러져
관객의 가슴 속을 조용히 파고들며 잔잔한 감동을 더하게 하고
시골 마을사람들까지 배우로 기용한 담백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1996년 부산영화제 초청으로 국내에 소개된 숨은 걸작이지만
국내 개봉은 단관 일주일로 끝난 후 비디오로 출시되었습니다
1996년 칸영화제에서 국제 비평가상과 관객 인기상을 받았고
같은 해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1997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입니다
코카서스 체첸공화국에서는 한 세기가 넘게 체첸인 주민들과
러시아 정부군 간에 소규모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청년 바냐(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 분)는 체첸과의
내전에 신병으로 투입되지만 전선으로 가던 중 습격을 받아
총도 쏘아보지 못하고 사샤 중사(올레그 맨쉬코프 분)와 함께
체첸인 원로 압둘(드제멀 시크하루리드제 분)의 포로가 된다
체첸인들은 러시아 포로를 살려두지 않지만 러시아군에 잡혀
감옥에 갇힌 자신의 아들과 이 두 사람을 맞바꾸려는 압둘은
두 사람의 발을 족쇄와 쇠줄로 묶은 다음 헛간에 가두어둔다
매일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포로 교환에 희망을 거는 바냐는
음식을 갖다 주는 압둘의 딸 디나(수잔나 메크라리예바 분)와
한두 마디씩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손재주가 많은 바냐는 디나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망가진 물건을 들고 바냐를 찾아오기도 하면서
바냐와 체첸인들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가 하나씩 만들어진다
하지만 오랜 전쟁 경험을 통해 이런 인간적 관계를 믿지 않는
사샤 중사는 머뭇거리는 바냐를 끌고 탈출하다가 처형당한다
한편 러시아군 부대를 찾아간 압둘은 러시아 밀정 짓을 하던
자신의 또 다른 아들을 쏘아죽이고, 이런 혼란을 틈타 포로로
잡혀 있던 아들이 탈출을 감행하지만 러시아군에게 사살된다
포로 교환 계획이 무산되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바냐는
묶인 채 구덩이에 갇혀 죽음을 예감하지만 디나에게 청혼한다
압둘이 죽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에
디나는 족쇄의 열쇠를 찾아 바냐에게 주고 도망가라고 하지만
바냐는 디나를 대신 죽도록 버려두고 떠날 수 없어 망설인다
아들을 둘씩이나 한꺼번에 잃은 압둘은 바냐에게 총을 겨누고
죽음을 각오한 바냐는 이에 저항하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간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바냐의 뒤통수를 겨누고 있는
압둘의 총구에서 한 방의 총성이 울리는데......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은 러시아 극동지역인 하바로프스크
출신으로 70년대 초반 국립촬영소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고,
데뷔작의 검열을 거부해서 영화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했지만
<자유, 그것은 낙원>(1989)으로 몬트리올에서 대상을 받습니다
보드로프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전통적인 전쟁영화에서와 달리
적군과 아군 또는 선과 악의 대결 같은 이분법적 구도도 없이
치열한 난투극이나 피범벅이 된 시체들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놓는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총성과 군가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코카서스 산간 마을에서
러시아와 백년도 넘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우면서 지내온
체첸의 회교도들은 순박하지만 필요하면 총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공포와 긴장이 바탕에 깔려 있는 다른 한편으로
그림 같은 산속에 문명과 등진 듯 토담집들이 이어진 마을의
일상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못해 신비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이런 마을에 포로로 잡혀온 러시아 병사들은 체첸 감시병들과
서로 살아온 내력을 이야기하거나 격투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체첸의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결국 극적 갈등이 찾아오면서 죽고 죽이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인간이 이런 덧없는 증오와 살육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버릴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반전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러면서도 총구를 겨누던 사람들이 화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계곡을 넘어 체첸 마을을 공습하러 떠나는 러시아 헬기 편대를
보여줌으로써 결코 그치지 않는 인간의 잔혹성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귀대한 뒤 2주일 만에 제대했다
꿈에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더 이상 만날 수 없던 압둘과 소녀를...‘
엔딩 크레딧과 함께 바냐의 회고가 자막으로 이어집니다
반전 장면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ekaI5hmQcjI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의 다른 작품
자유, 그것은 낙원 (1989)
더 퀴키 (2001)
곰의 키스 (2002) 베니스 황금사자상 후보
몽골 (2007)
7번째 아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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