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서백두 트레킹(2) (백두산 여행기-8/2002.0830)

해군52 2002. 8. 30. 08:38

11:00 버스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곳에서 찦차로 바꿔 탄다

<도요다 크루즈> 80년대 모델인데 40~50만키로씩 뛴 차답게

문은 안 열리고, 손잡이는 없고, 시트는 널빤지처럼 단단하다

뒷자리에 앉아 있으니 차가 튈때마다 천장에 헤딩을 한다

 

11:30 찦차에서 내려 넓은 분지를 걸어가다가

멀리 보이는 고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너머가 천지라고 하니 천지가 더 그리워진다

 

12:30 금강계곡에 도착해서 내려다 보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쏟아진다

비옷을 꺼내 입고 배낭에 카바를 씌우고 우산까지 써보지만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빗줄기를 막아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간단한 환영인사이었는지 곧 그친다

   

빗줄기가 그치자 초원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도시락 내용물이야 형편 없지만

연변 포장 김치에 참이슬 한잔까지 걸치니

천상의 식사처럼 행복하기만 하다

 

13:30 식사를 마치고 모두 모여서 비디오 촬영을 하는데

<선구자>를 부르고 <대~한민국 짝~~~~>을 연호한다

   

14:10 돌아내려오면서 멀리 천지쪽을 바라보다가

좌우에 적군이 없음을 확인하고 관면봉을 향해서 쉬~를 한다

내일이면 저 너머 천지를 만날 거라는 설레임이 더해온다

   

14:30 <溫泉>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내려

벼랑길 아래로 5분쯤 내려가니 계곡에 찬물이 흐르는데

신기하게도 한쪽 바위틈에서 보글보글 물방울이 솟아나온다

바로 진주온천이라는 노천온천이다

두발을 딛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뜨거워 못견디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온천물쪽으로 가고...

 

대자연 속에서 냉탕온탕을 몇 번 하고 나니까

발의 피로가 금새 풀리는 듯하다

모두 아이들처럼 즐거운 표정이다

   

15:30 대협곡 입구에서 내려 걸어들어가니

쥬라기 공원처럼 울창한 원시림에서

금방 공룡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가 세월과 함께 침식작용으로

깊이 100미터, 폭 100미터, 20키로가 넘는

길고 긴 계곡이 되었다는데 그중 일부 구간만 공개한다

 

수직 절벽 아래로 기기묘묘한 만물상 천연조각들이 보이고

그 아래 협곡 바닥으로는 계곡물이 흘러간다

   

잣나무와 자작나무가 묘한 모습으로 뒤엉켜 있는데

평생 그렇게 엉켜살기를 바라는 남녀 커플들이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 커플들 다들 잘 엉켜살고 있을까?)

 

백양나무, 이깔나무, 가문비나무, 소나무, 아카시아

모두 7그루가 기묘하게 뒤엉켜 있기도 한데

큰 나무가 넘어지면서

거기 기생하던 나무들이 엉켜붙어서 생긴 것 같다

여하튼 미묘한 자연의 조화이다

 

16:30 다시 버스를 타고 17:00 왕지 입구에 도착한다

걸어서 지나가는 들판이 온통 들꽃 천지다

들꽃에 파묻혀 단체사진도 찍고

멀리 보이는 백운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정작 왕지는 가지 못 했다

 

들꽃이 만개한 7월초라면 정말 눈이 부실 것 같다

들꽃에 무식한 내 눈으로도 황홀할 정도이다

늪지대라서 그런지 모기들의 침공이 심하다

18:00 버스로 대피했다가 산장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