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 06:30 이도백하 미인송호텔을 떠나
09:00 서파지역에 있는 백운봉 산장에 도착한다
서파지역은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알고 있었고
숙소 이름도 호텔이 아닌 산장이라고 해서
설악산이나 지리산 산장을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 보니 허름한 여관 정도는 된다
먼저 소개한 대로 水流式 화장실이 있고
더운 물은 안 나오지만 샤워시설도 있고
식당도 있으니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편이다
1층에 있는 방 하나에 일행의 큰 짐들을 모두 내려놓고
서백두 트레킹을 다녀 오니 저녁 7시가 되었다
좀 피곤한 상태에서 방 배정을 하는데 혼란스럽다
침대 4개가 놓인 방도 있고 7명씩 들어갈 온돌방도 있는데
누가 어느 방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서파지역에 다른 숙소가 없어서 여러 팀들이
모두 이곳에서 묵어야 하니 방에 여유가 없다
트레킹 중에 만났던 중학생 팀도 이 산장에 들었다
방 배정을 마치고 나서 각자 방으로 흩어졌는데
방에 짐을 두고 모기향을 피워놓고 로비로 나와보니
일행중 몇분이 도저히 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가이드에게 방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한 방에 7명이 자라고 하는데
6명밖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옥신각신했지만 빈방이 없는데야
어쩔 도리가 없는지 조용해졌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산장에서 칼잠 자는 데 비하면
서백두까지 와서 이 정도면 양반인데
첫날 너무 좋은 호텔에서 지내다보니 불편한 것 같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런가 보다
20:15 산장 식당에서 조금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이 정해진 인원수만큼만 준비되기 때문에
잘못하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음식이 모자라지도 않았고
배가 고파서 그런지 음식 맛도 좋았고
(하긴 내가 음식 맛 없어서 못 먹은 적은 없었지만)
和龍酒라는 백주도 몇잔 마셨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모두들 오늘 보았던
금강분지의 들꽃, 신기한 진주온천, 기기묘묘한 대협곡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기 바뻤고
내일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 걱정 얘기가 나올때마다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날씨가 좋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틀림 없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맞게 된다
21:30 산장 밖으로 나오니 말 그대로 암흑천지라
산장 외에는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가로질러 은하수가 크게 흐르고
낯익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도 보인다
정말 별 볼일 있는 밤이다
애인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산장에는 전화도 없다
가이드에게 휴대폰을 빌려서
온세통신 서비스를 이용한 수취인 부담 전화를 했는데
그 늦은 시간, 애인은 어딜 갔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디 갔을까?
하릴없이 서늘한 밤공기를 마시다가 방에 들어가서
내일 천지를 보러갈 때 입을 복장을 챙겨놓고
22:30 취침, 천지를 꿈꾼다
잠시 곤한 잠을 자다가 코고는 소리에 깨어서 뒤척이는데
가이드가 방문을 두드린다
02:15 다들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천지가 뭐길래...
복도에 나가보니 어린 여학생들이 복도 의자에서 자고 있다
방이 비좁아서 그런 것이려니... 안스럽다
일행중 한 분이 그 애들에게 빈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하니까
상당히 의심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인솔 선생님에게 얘기해서 우리가 비운 방에 가서 자도록 한다
그 애들이 쳐다보는 얼굴을 보니 어른들 잘못이 참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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