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천지를 중심으로
서쪽과 북쪽은 중국 길림성에 속하고
동쪽과 남쪽은 북한 양강도에 속한다
천지는 여의도 크기만한 원형화구로
2,500m가 넘는16개 고봉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안쪽의 내륜(內輪)은 경사가 급하고
바깥쪽의 외륜(外輪)은 내륜보다 완만하다
백두산 외륜봉 종주는 관광코스인 북파의 천문봉과는 달리
천지와 16개 고봉들이 만들어내는 대자연의 비경과 함께 하는
본격적인 산행 코스이다
청석봉아래 산행기점으로부터 천지(5호경계비)-청석봉-백운봉
-녹명봉-용문봉-소천지로 이어지는 산행은 적어도 10시간 이상,
미숙련자를 위해 여유있게 13시간 정도의 산행을 한다
산이 워낙 넓고 날씨 변화가 많은 데다가
코스가 개발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지 가이드가 없으면 길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 종주에는 심마니를 하는 조선족이 산행 가이드를 했다
5호경계비에서 천지 건너 정면으로 보이는 북한땅에 있는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50m)과 삼기봉(2.740m),
해발봉(2.735m)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08:15 5호경계비를 떠나 외륜봉 종주를 시작하자
다시 청석봉(2,664m)을 오르는 가파른 길이다
밥을 급하게 먹어서인지 힘이 들고
내 심장의 박동 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대열의 제일 뒤로 물러서면서
<보폭은 작게, 속도는 느리게!>를
마음 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인다
09:30 청석봉에 올라 다시 천지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너무도 고운 옥빛이다
가려있던 와호봉과 관면봉이 보이고
뒷쪽으로는 한허계곡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오르는데 18시간, 내려가는데 8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10:00 청석봉을 돌아서서 잠시 휴식한다
이번에도 또다른 모습의 천지가 보인다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에 따라,
햇살의 밝기와 방향에 따라
천지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달라 보인다
흰구름이 순식간에 백운봉 정상을 덮어버리니
이름 그대로 흰구름봉우리(白雲峰)가 된다
바닥에 붙은 듯한 흰색과 베이지색의 용담이 지천이다
비디오 기사이기도 한 가이드 최부장은
95년이래 가장 좋은 날씨를 만났다고 하면서
비디오 촬영하기에 정신이 없다
경사진 들판에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몇 사람들이 들판 경사지에서 온몸을 던져 굴러본다
아무 생각없이 노는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다
한동안 경사면을 내려가자니 편하기는 한데
그만큼 다시 오를 일이 두렵기도 하다
고산에는 들꽃조차 없고 이끼만 자라는데
쿠션 좋은 카페트처럼 폭신할 정도이고
넓게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보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에델바이스~>
<푸른 초원에 배낭을 메고~>
<저 푸른 초원 위에~>
10:50 계곡에서 잠시 쉬면서 물통에 물을 채운다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계곡물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백두산 종주중에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등산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날아갈 듯 시원하다
친숙해진 일행끼리 농담을 한다
<지금 때 밀어요?>
<등 밀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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