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0 외륜봉 종주를 마치고 내려와서
새벽에 헤어졌던 버스에 다시 오른다
시간이 좀 남아서인지 장백폭포를 보러 간다고 하는데
종주 마지막 구간에서 멀리서나마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피곤해서 장백폭포행은 빠지기로 하고
버스에 실려있던 짐을 꺼내들고 호텔로 들어가는데
입구에 이런 간판이 눈에 뜨인다
<長白大宇賓館>
바로 백두산 대우호텔이다
대우-大宇-DAEWOO
우리에게 얼마나 낯익은 이름인가?
무역입국의 큰 꿈을 실현하면서
당대에 국내 4대그룹으로 성장시키고
전경련회장까지 맡아서 재계 리더역할을 하고
한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그분이 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을
밑줄쳐가며 보기도 했었는데
그분은 지금 어찌되었을까?
그분의 경영철학을 믿고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쳐가면서
세계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다가
피땀으로 이룩했던 조직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면서
가슴아파했을 내 선후배, 친구들
그분들은 다 어찌되었을까?
대우는 공산국과 저개발국에 많이 진출했었고
당연히 중국에도 많은 투자를 했는데
연길에도 백두산에도 대우호텔이 있다
백두산 대우호텔이 있는 곳은 해발 1,950미터로
한라산 정상과 같은 높이에 있다
4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이 계단만 사용한다
이곳 수준이 그런건지...
시설이 외관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잘못된 것들이 눈에 뜨인다
한 예로, 욕실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서
샤워를 하고 나면 물이 빠지지를 않는다
시설은 그렇다치고 서비스는 더 문제다
온천 사우나가 있는 2층으로 갔더니
1층에 가서 입장권을 사오라고 한다
1층 프론트에 가서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2층으로 와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사우나 시설은 서울의 작은 목욕탕 수준인데
사우나 도크는 목하 고장 중이었다
<즐거운 가격흥정> 편에서 소개한대로
나는 사우나 입장권을 80元에 샀는데
다른 일행들은 50元만 낸 사람들도 있었다
19:20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내용이 부실해서
서파에 있는 <백운산장>보다도 못하다
호텔설명서에 바가 있다고 해서 찾아 보았는데
아무 곳에도 없었고 식당에서 물어도 알지 못했다
밖에 나가볼까 했는데 문밖으로 나가보니 깜깜절벽이라
한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매점에서 BS맥주 2캔을 사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친구와 함께 백두산 외륜봉 종주를 자축하면서
맥주 2캔으로 축배를 들었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방에서 외부전화가 가능해서
천진의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며칠동안 내 전화를 기다렸다고 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내일 4시 기상해서 천지에 다시 간다고 해서
피곤한 몸으로 짐을 정리하고 자려는데
무릎과 허리가 뻐근하고 배낭 메었던 자리가 쓰라리고
몇군데 벌레에 물린 자리가 가렵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해 볼만하다
23:30 창밖의 어둠을 보면서 취침한다
8/17(토) 아침 북파에 있는 천지를 다녀와서
06:40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을 출발한다
대우호텔에 방이 모자라서 인근 다른 호텔에 숙박한
일행 몇분들을 태우기 위해서
우리를 태운 버스가 그 호텔 앞에 잠시 정차하니
호텔 직원이 우리 일행 모두에게 책을 한권씩 나누어준다
그 호텔에서 주최한 연변조선족 글짓기대회의
우수작품문집인 <장벽의 진달래>라는 책인데
그날 날짜와 함께 사장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다
사장의 이름이 박정인이고
1943년 일본에서 출생한 분이니까 재일교포인 것 같다
그제서야 호텔 간판을 자세히 보니
<中日合資長白山國際旅遊賓館>
재일교포가 중국과 합작 운영하고 있는 백두산 국제관광호텔이다
버스가 출발하는데 사장, 남자 직원, 여자 직원까지 3명이 서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다가 사라진다
그런가 보다 했더니
버스가 방향을 돌려 나가는 쪽으로 다시 나타나서
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안 보일때까지이다
그 호텔에서 숙박했던 여자분들이
호텔방도 좋고 식사도 좋았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
중국땅 백두산에까지 와서
<한국식 대우호텔>과 <일본식 국제호텔>을 비교하면서
왠지 모르게 속이 상한다
'여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묘향산 전시관 (백두산 여행기-15/2002.0906) (0) | 2002.09.06 |
---|---|
北坡에서 다시 만난 천지 (백두산 여행기-14/2002.0905) (0) | 2002.09.05 |
백두산 외륜봉 종주-2 (백두산 여행기-12/2002.0903) (0) | 2002.09.03 |
백두산 외륜봉 종주-1 (백두산 여행기-11/2002.0902) (0) | 2002.09.02 |
백두산 천지에 서다 (백두산 여행기-10/2002.0901) (0) | 2002.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