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北坡에서 다시 만난 천지 (백두산 여행기-14/2002.0905)

해군52 2002. 9. 5. 08:42

 

8/17(토) 04:00 모닝콜에 기상

   

05:10 우리를 태우고 갈 찦차가 호텔 앞으로 들어오는데

놀랍게도 서파에서와는 달리 모두 새차들이다

기아, 현대, 대우나 쌍용 차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도요다와 미스비시 찦차들이다

 

05:20 호텔을 출발해서 천지로 향하는데

어제 종주하면서 멀리서 본 것처럼

옛 대관령 고갯길같은 굽이길을 올라간다

 

정부에서 특별한 면허를 받은 운전자가 있고

값이 싼 일반 운전자도 있다는데

 

얼마전 일반 운전자가 운전하던 버스가

내리막 커브길을 제대로 돌지 못하고 벼랑으로 추락해서

버스에 탔던 54명 중 1명만 빼고 모두 즉사했다고 한다

살아난 1명은 제대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남자였는데

추락 직전에 유리창을 깨면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찦차로 20여분간 굽이굽이 돌아올라가서 주차장에 내리고

그곳에서 오르막길을 5분도 채 안 걸었는데

6호경계비와 천문대가 있는 천문봉(2,670미터)이다

   

바로 그 뒤로 다시 천지가 보이고

천지 건너편으로는 북한쪽의 장군봉이 보인다

종주하면서 지나온 청석봉, 백운봉의 모습도 다시 만난다

 

어제 외륜봉을 종주하면서 종일토록 보았던 천지를

오늘은 너무도 쉽게 다시 만난다

   

어제 못지 않게 화창한 날씨라서 천지의 모습 또한 예술이다

<나는 어째 이리 복이 많은겨?>

 

하지만 천지를 보는 감동은 어제만 훨씬 못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니...

 

말도 안되는 불평을 해 본다

<안개에 가려 안 보이는 천지를 보고 싶다!>

   

누런 바위에 검은 돌들이 박혀 있는 모습이

꼭 쵸코아이스콘 같아 보인다

 

멀리 장군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찍는다

천지로 내려가서 그 물에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지만

단체에서 이탈할 수가 없으니 결국 포기하고

06:10 천문봉을 떠나 다시 호텔로 향한다

   

이제 이번 여행에서 천지와는 이별이다

어제 오늘 실컷 보았는데도 뒤돌아서니

천지가 또다시 그리워진다

 

이곳 천문봉은 나이 많은 분들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천지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긴 하지만

날씨가 좋아서 천지를 볼 수 있다 해도

북새통에서 증명사진이나 몇장씩 찍고

30분이면 다시 차량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장통 같은 관광코스라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대우호텔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07:50 버스편으로 호텔을 떠난다

나오면서 보니 아침 일찍 다녀왔던

천문봉으로 향하는 길목이 아수라장이다

 

마침 토요일이라 내국인들이 관광차 몰려들어

매표소에서 표를 사기 위해 장사진이고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오가는 좁은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로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왕복 각1차선인 도로에서 길이 막힌다고

들어오는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으로 들어온다

우리나라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교차로 정도가 아니다

우리 버스 바로 뒤에 연변주정부 부지사가 나온다는데도

길이 막히기 시작하니까 별 방법이 없나보다

 

오늘 새벽 일찍부터 잠을 깨워

천문봉에 올라간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백두산 지역을 뒤로 하고

용정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