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백두산 외륜봉 종주-2 (백두산 여행기-12/2002.0903)

해군52 2002. 9. 3. 08:41

11:20 백운봉(2,697m)을 향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가파른 능선을 오르자 낙석지역이 나온다

시야가 넓어지는만큼 더 넓은 초원이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이곳 바위틈을 드나드는 갈색의 작은 짐승을 보았는데

토끼보다는 훨씬 작고 쥐보다는 큰 놈으로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질 않는게 귀여워 보였다

 

벼랑 근처에서 노란 색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잔설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산양귀비다

 

12:10 능선 중턱에서 쉬는데 나이가 좀 든 여자분이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큰소리로 이렇게 소리친다

<장하다, 하**! 장하다, 하**!>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저럴까?

 

13:00 중국쪽 최고봉인 백운봉 정상에 도착해서

사방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고

정상 부근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각자 가져온 반찬을 꺼내놓으니 진수성찬도 안 부럽다

임페리얼 위스키, 참이슬 소주,

게다가 가이드가 가져온 뱀술까지...

천상의 식사인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13:45 백운봉을 지나 녹명봉 가는 길에서

또 한번 새로운 모습의 천지를 만난다

고운 햇살이 천지에 부서지면서 잔잔한 은물결을 만든다

 

북한쪽 봉우리가 마치 엷은 휘장을 친 것처럼 보인다

석회석 바위들이 부서져 내려서 그런가?

 

백운봉을 지나 완만한 능선길을 지나니 너덜지대,

너덜지대를 지나 녹명봉까지는 평탄하고 좋은 길이다

   

백두산을 돌고돌면서 천지를 원없이 실컷 본다

14:40 이번 코스 마지막 천지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다시 넓은 초원으로 나오니 여기에 텐트를 치고 싶다

바람이 좀 심해진다

등산화를 벗어 들고 맨발로 한참동안 걷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이 든다

이런것이 자유다, 자유!

 

용문봉을 돌아드니 저 멀리 북파쪽 천문봉에 오르는

자동차길이 가물가물 보인다

   

15:50 드디어 계곡 아래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바로 뒷쪽으로 장백폭포가 보인다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폭포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고 쉰다

 

이제 외륜봉 종주도 다 끝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동네가 빤히 보이는데도 1시간 넘게 걸린다

 

마지막 코스에 있는 풀밭에 누운채 들쭉을 따서

그냥 먹기도 하고 술에 담근다고 모으기도 하면서

오늘 종주산행을 마무리하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17:10 드디어 지루한 하산길이 끝나면서

코스의 종점인 소천지, 銀環湖에 도착하니

바위 아래 <약사왕>과 양옆에서 시중드는 시녀의

시커먼 돌 조각상이 있다

병있는 사람이 여기서 소원을 빌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과 함께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늘 최상의 날씨에서도 12.5시간이나 걸렸으니

날씨가 나쁘면 엄청나게 힘든 코스이겠다

 

백두산과 천지의 비경을 원없이 볼수 있어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제 다른 산은 시시해서 어떻게 다니나?)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잠시 쉬다가

오늘 숙박지인 대우호텔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