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의 첫날이자 토요일인 친구와 함께 불곡산을 찾았다
상장능선이나 고령산에서 북쪽으로 등뼈처럼 동서로 펼쳐진
암릉구간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꼭 올라보고 싶어 하던 산이다
설날 휴일이라 그런지 인적도 드물었고 포근하고 쾌청한 날씨에
내가 좋아하는 암릉구간이 많아 아주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양주시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따라 등산로로 오른다 (12:30)
조용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양주시청과 상봉의 중간지점 팻말이 서 있고
멀리 사패산과 도봉산, 그 너머로 삼각뿔처럼 북한산 주봉들이 보인다 (13:04)
헬기장, 백화암 갈림길을 지나가는 능선길이 한동안 평범하게 이어지더니
갑자기 굵은 자일이 두줄이나 매달린 큰 암벽이 버티고 서 있다 (13:56)
자일을 잡고 바위에 오르니 전망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13:59)
다시 한번 자일을 잡고 올라가니 해발 468.7미터 상봉 정상이다 (14:10)
표지판의 숫자가 4687미터인 것처럼 보이는데 연구검토한 결과(?)
누군가가 소숫점 표시를 지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산 높이를 미터 소숫점 이하까지 표기한 표지판을 처음 보았다
소숫점 표시를 지운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참 짓궂기도 하다
자라목 처럼 생긴 바위
내려다 보이는 공원묘지, 죽은 사람들의 집들도 많다
하늘을 나는 솔개는 보이는 것처럼 자유로울까?
해발 403.6미터 상투봉 정상에 서니 (14:58) 길이 제법 험해진다
곰처럼 생긴 바위
몇번 더 굵은 자일을 잡고 오르면
해발 445.3미터의 임꺽정봉 정상이다 (16:05)
이 지방에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임꺽정은 조선시대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으로 명종 때 3년간에 걸쳐 항해도를 중심으로
평안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까지 활동했던 도적의 우두머리이다
그는 한낱 도적의 괴수로서가 아니라 로빈 훗과 같이 민중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 의적으로 오래 기억되고 있다
자그마한 암봉들이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계속 암릉 구간으로 가려면 저 길을 가야하는데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이쯤에서 우회로로 회군하기로 결정한다
그 너머에 꽤 긴 자일을 타는 구간이 있다는데 다시 한번 가고 싶다
내려오다 보니 둥그런 탁자 모양의 바위에 사다리가 걸쳐 있다
올라가 보니 넓다란 바위위에 30명쯤 둘러 앉을 수 있을 만하다
이곳에 올라 앉아서 사다리를 올려놓고 참선이라도 하는 곳인지...
산 아래 마을로 내려오니 돌담 안에 제단이 있고 바로 옆에는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을 때서 음식을 만드는 아궁이도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제를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임꺽정 봉 아래라서 그런지 마을에는 임씨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마을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에 서 있는 돌탑 뒤로 임꺽정봉이 보인다
산길 입구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말을 건다
바로 아래 공단 원단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 9년째라고 한다
그의 코리안드림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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