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록

소백산의 별볼일 없는 밤 (2007.0825)

해군52 2007. 8. 25. 19:59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10년째 백두대간 산행을 하고 있는 세네월팀,

얼마전 드디어 1/2 구간을 돌파했는데 나머지 구간은 5년쯤 걸릴런지?

전원 참석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이만 하기도 대단한 일이긴 하다

 

1/2 구간 돌파 기념행사는 말로만 그쳤지만 전구간을 완주하고 나면

출판하자고 하는 책은 어쩌면 실행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은 ‘세월아 네월아 백두대간 15년 종주’쯤이 될까?

 

나는 올해부터 끼어들었지만 청강생으로라도 책에 올라갈 수 있겠지^^

 

 

문경 조령 쪽을 지나 이번부터는 단양 풍기 죽령 쪽으로 가게 되니

아침에 들리는 휴게소도 괴산휴게소에서 단양휴게소로 바뀌었다

 

 

여러번 괴산휴게소에서 먹던 아침밥이 맛없다고 투덜댔는데

그건 이날 처음 가본 단양휴게소에서도 마찬가지,

하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두세시간 차에서 쪼그리고 자다가

휴게소에서 먹는 아침밥이니 맛있을 리가 없지 않겠나

 

 

이번 산행 구간은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상월봉-마당치-고치령으로

도상거리 22.5키로, 국망봉 직전 비박 예정이니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죽령사무소 출발 (09:58)

출발부터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계속되고 주변 경관도 별로여서

지루하기는 하지만 길가에 핀 들꽃에 눈을 맞추고 걸어간다

 

도중에 겨우 이런 인공 쉼터가 몇군데 있을 뿐,

시멘트 길이 천문대까지 거의 7키로나 이어진다

 

죽령사무소 6.4키로, 연화봉 전방 0.6키로 지점에서

‘샘터 20미터’라는 반가운 표지판을 만나 몇 걸음 내려오니

맑은 물이 나오는 작은 샘, 물통을 다시 가득 채운다 (12:16) 

 

해발 천미터가 넘는 높은 곳에서 만나는 샘도 그렇지만

돌로 만든 연꽃 모양의 물통(?)도 신기하다

 

연화봉 바로 아래에서 만난 첨성대 모양의 돔이 있는 이곳은

1978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소백산 천문대이다 (12:45)

영화 ‘콘택트’에서처럼 우주인과 교신도 가능할지?

 

연화봉 아래에서 가져온 행동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바래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13:52)

 

길게 이어지는 계단 사이 작은 틈 사이로 피어난 개망초(구절초?)

그래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흔들리는 들꽃...

소백산 능선에는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

비로봉 서쪽 경사면에 군락을 이룬 수령 500년이 넘는 주목들은

천연기념물 244호이자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부근에는 주목군락 감시초소가 있고 일부 자연에 휴식년을 주고 있다

 

주목군락 감시초소 부근에 숨어있는 소백샘터에서

다시 한번 물을 가득 채우는데 (15:32)

손이 닿으면 깜짝 놀랄만큼 물이 차갑고 물맛도 좋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계단이 마치 기찻길처럼 보인다 (16:02)

 

드디어 소백산 최고봉인 해발 1439.5미터의 비로봉 정상 (16:05)

소백산은 충청북도 단양군, 경상북도 영주시와 봉화군에 걸치는데

이곳 비로봉 정상은 충청북도에 속한다

 

비로봉 정상에 짐을 벗어놓은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벗어놓은 짐들,

누가 더 시원할까?

 

다시 국망봉을 향하여 출발 (16:10)

 

국망봉 300미터 전방에서 배낭을 털어 저녁을 해결하고 (17:32)

하룻밤 유할 자리를 찾아 노숙(비박) 준비를 한다

 

지는 해가 주위를 더 붉게 물들인다던가? (19:06)

곧 술이 바닥나고 짙은 어둠이 내려깔리는데

구름이 많이 끼었는지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으니

소백산에서도 그냥 별.볼.일.없.는. 밤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