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토) 아침 06:00,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정리하면서 출발 준비를 하는데
지난 밤에 산장 바로 내 옆자리에서 잔 후배가
내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노라고 불평이다
"너무 곱게 자라서 그런 거야!"
06:20 깊은 잠에서 깨어난 지리산을 보면서 다시 길을 떠난다
하늘은 활짝 개였는데
내 몸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묵직하다
밀림 탈출, 하늘로 들어가는 문
바위 위에 우뚝 선 산사나이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저 멀리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08:06 해발 1558미터 칠선봉 도착, 천왕봉 7.2키로 전방
09:29 밀려드는 안개 속에 해발 1651미터 영신봉 도착
09:45 세석 갈림길 도착
09:51 지상의 낙원이라는 세석평전 도착
계단 나무 사이로 피어난 꽃이 앙증맞다
갈 길은 먼데 안개가 계속 밀려온다
10:10 해발 1703 촛대봉 도착
이제는 완전히 구름 속의 산책이다
11:33 해발 1730미터 연하봉 도착
11:52 장터목 도착, 정상인 천왕봉 1.7키로 전방
어제는 흐린 날씨에 바람도 적어 등산에 최적이었고
오늘은 개인 날씨에 약간 더웠지만 역시 좋은 날씨였는데
장터목에서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바람도 심하게 분다
악천후라 해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카메라를 배낭 안에 넣고
윈드자켓을 챙겨 입은 다음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천왕봉은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정상에 다가갈수록 비바람이 더욱 심해진다
윈드자켓을 하나 더 입지만 반바지 맨손 차림은 어쩔 수 없다
13:10 비바람 속에 드디어 해발 1915미터 천왕봉 도착
4년전 그날은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았는데...
정상 표지석에서 증명사진 한 장만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중산리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끈한 캔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쉬다가
비바람 속에 천왕봉을 오르던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중산리로 내려가는데 계속 비가 뿌려댄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물줄기
고운 옥빛 계곡 물 위에 빗방울이 계속 떨어진다
18:19 드디어 중산리 야영장 도착, 지리산 종주 완료하다
악천후 속에서도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는 기쁨을 만끽하다가
이 안내판 앞에 서서 잠시 숙연해진다
토벌한 사람들과 토벌 당한 사람들,
무엇이 그들에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했을까?
그들은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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