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 남자 말입니다
이 인간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부모에게 보약값을 내놓으며 건방을 떨고
부모 결혼 기념일에 31살짜리 케익을 사온
바로 이 남자 말입니다
2년전부터 무슨 자격시험을 준비한다면서
배낭여행 같은 거는 고사하고
방학때 어디 한번 놀러가지도 않고
술 거하게 마시고 외박하는 일도 없고
허구헌날 휴일도 없이 학교에나 간다면서
밥 세끼도 제대로 못 얻어 먹고 다니니
빛나는 청춘인지 짓밟힌 청춘인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그 시험을 다 보았길래
결과야 어찌되든지 일단 시험 끝났으니
<열심히 공부한 당신, 떠나라!>고 하면서
금일봉을 하사했는데도
이 남자 계속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고
영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밤에 얼굴을 보기만 하면
<너 아직도 안 떠났냐?>
<또 집에 들어왔냐?>
고 했더니
아들이 집에 들어온다고 걱정하는 집은
세상에 우리 집밖에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뭐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남자가 짓밟힌 청춘이 아니라
빛나는 청춘이 되기를 바라는 바램으로
빨리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여자 친구를 꼬셔서 같이 가든가
지방에 있는 친구들 집을 순방하든가
어디 좋은 동네에 가서 쳐박혀 있든가
여하튼 어디로든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살이가 책 속에만 있지 않고
길 속에도 있고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도 있다는 걸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라는데
그런 바램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도 저녁에 나갔다가
12시쯤 맹송한 얼굴로 들어온
우리집 이 남자
빨리 떠나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