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두 얼굴

제가 술하고 상당히 가깝게 지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술을 잘 마신다는 게 아니고
여하튼 매일 술하고는 사정권 내에서 가깝게 지냅니다

술의 별칭 중에는 忘憂物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술꾼들이 한잔 하기 위한 이유라면 얼마든지 많지만
한잔 술에 근심 걱정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술의 재료인 酒精과 精神에 '精'이라는 한자를 쓰고
서양에서도 정신을 뜻하는 spirit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술을 뜻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술이 정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은 라틴어로 'Aqua vitae'라고 하는데
'생명의 물'이라는 뜻입니다
술이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모든 불쾌감을 제거하며
마음을 소생시키고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고 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술을 마시도록 권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알코올에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는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고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서
젊음을 지켜 준다는 말도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빈혈에는 철분이 풍부한 포도주가 쓰이고
담석증이 있으면 이뇨제 대신 맥주를 마셔도 되고
위스키는 오래 전부터 응급 처치용으로 활용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酒池肉林의 고사처럼 술로 인한 어두운 이야기들도
역사 이래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때

술의 생산과 판매를 금하는 금주령을 내린 적도 있었고
전설적인 갱인 알카포네를 감옥에 넣기도 했지만
인위적인 방법으로 술을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술은 약과 독, 즐거움과 슬픔, 선과 악의
야누스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하나를 완전히 떼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폭음이나 과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과
어느 누구도 술에는 장사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