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제 곁을 떠나갔던 그녀가 돌아오자
온몸에서 기쁨이 퐁퐁 솟아나는 듯 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식사는 왜 그리 맛이 있는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저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녀 곁에서 머리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뒤로 다가가서 슬쩍 안아보기도 하고
잠든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고
그러면 엔돌핀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쁨도 단 며칠,
그녀는 제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제 가슴에 상처만 남겨놓은 채...
그녀가 머물던 방은 이제 텅 비어있고
그녀가 누웠던 자리는 싸늘하기만 합니다
다시 떠나간 그녀,
오늘 휴대폰으로 이런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오늘화이트데이니까잊지말고엄마한테사탕사주셔야해요^-^’
지난 2월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진학한 딸애는
여전히 기숙사에 본거지를 두고 가끔씩 집에 옵니다
자기 앞날을 위해서 스스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한창 나이에 뭔가에 얽매여 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고
까칠한 얼굴이 안쓰럽게만 보입니다
부모 마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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