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고등학교 동기생인 친구 모친상이라 문상을 갔는데
소위 말하는 호상인지라 영정 앞에서 간단히 절만 하고는
친구들 자리에 끼어앉아 잡담을 하는데 그 내용들이 가관입니다
“저 녀석 이제 마누라한테 혼날 꺼다”
“그동안은 어머님이 계셨으니까 좀 봐줬겠지만 이제는 용서가 없을텐데...“
“어쩌겠냐, 혼 좀 나야지”
“나라면 벌써 도망갔지”
어머니 돌아가셔서 고아가 된 상주 녀석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빈말로라도 편을 들어주는 놈은 하나도 없습니다
친구가 맞는지?
하긴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런 소리 들을만도 하지만
그 친구 얼굴을 보자면 측은지심이 절로 생겨납니다
벗겨진 머리와 술에 절은 듯한 얼굴에는
바로 인생의 짙은 그림자가 켜켜이 앉아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 친구가 지하철 타면 경로석에서도 일어날까요?
그래도 아들 녀석은 멀끔한 걸 보면 자식농사는 잘 지었는가 싶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잠시 삶에 관한 심오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나를 쳐다보더니 묻습니다
그리고 나는 묻는 말에 대답합니다
“혹시 아는 성형외과 있냐?”
“성형외과? 없는데...왜?”
“너 성형수술 좀 해라”
“@@@???”
“돈도 얼마 안 들테니까 빨리 해라”
“.........???”
“이마에 주름도 두어개 만들고...눈가에도...턱에도...”
그제서야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들 웃음을 터뜨립니다
옆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가 한마디 덧붙입니다
“성형수술 안 하려면 반말을 하지 말든지...”
가뜩이나 없는 돈에 성형수술까지 해야 할지 이거 참 난감합니다
싸고 잘 하는 성형외과 있으면 소개 좀 해주실래요?
* 속편
이 이야기를 집에 돌아와서 했더니 집사람이 배를 잡고 웃습니다
그러더니 이러저러한 사례를 들어 자신도 어려보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대목은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아들딸 두 애들까지도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 비결이 우리집 식생활에 있는 것 같다면서
아래와 같은 기상천외의 주장을 합니다
'조리를 덜 한 상태에서 아무 거나 먹고
먹을 게 없으면 끼니도 잘 건너뛰고
뭐 그런게 덜 늙는 비결이 아니겠냐고...'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프로그램에 연락을 해야 할까요?
혹시 노벨 의학상을 받을만한 놀라운 이론은 아닐까요?
제가 그랬습니다
“이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하면 집안 자랑일까, 집안 망신일까?”
어느 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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