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간절한 기도

해군52 2007. 7. 1. 21:19

 

7월의 첫날이자 비내리는 일요일

입원해 계신 장모님을 오랜만에 만나고 왔습니다

1928년생 용띠

딸 형제들만 여러명 있어서 양자를 들였더니 어쨌다든가,
전쟁 때 남편 대신 집안생계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다든가,
자식들을 키우면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어떻게 했다든가...

간혹 전해들은 장모님의 옛 이야기들도 그렇지만
내가 직접 본 장모님의 인생역정은 정말 험난했습니다

때로는 열정이 지나쳐서 (죄송한 표현이지만) 극성스럽고
승부욕이 넘쳐서 너무 악착같아 보이는 그분의 행적에는
매사에 게으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는 분이었지만
집안의 중심역할을 하신 여장부같은 분이었습니다
 
장모님이 집안의 총력을 기울여 벌였던 일들이
IMF를 맞아 산산이 부서지고 나자
그 여파로 쓰러지신 것이 2002년 2월말,
그때부터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누워계신 것이
이제 만5년을 넘어 6년째입니다

처음에는 잠시 집에 모셨다가
강원도 어느 침술원에 가 계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노인병원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침대에 누워계시면서 눈을 뜨고 쳐다보시기는 하면서도
사람을 알아보시지는 못 하는 것 같은 장모님을 보면서
전에도 그랬듯이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다 무너져버린 육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 영혼을 하루빨리 거두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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