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 되어 라일락꽃이 피면
교정에 가득하던 꽃향기와 함께 그친구가 생각납니다
나의 십대 중에서 6년 세월을 보낸 교정,
그곳에는 5월이면 라일락꽃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창문으로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 라일락꽃 향기가 코를 찌르면
향기에 취한 마음은 어느새 하늘 위를 날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그 친구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손쓸 방법도 없이 누워지내던 국립의료원 병실에서도
창밖으로 라일락꽃을 바라보고,
딸아이가 따다준 라일락꽃 향기에 빠져들다가
‘라일락꽃 피는 계절에 우리 사랑했었네
라일락꽃 입에 물고서 우리 사랑했었네~~’라는
아주 오래된 노래 몇소절을 흥얼거리곤 하더니
라일락꽃 향기가 사라지자 우리 곁을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그 친구 빈소에서 그가 부른 <Unchained Melody>를 듣던 일
그 친구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에서 눈물을 참으며 조사를 읽던 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에 그 친구를 벽제에 묻던 일
그로부터 10년,
그 친구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닦기도 했고,
일년에 한두번씩 그 친구를 찾아가 술 한잔 따라주기도 했지만
이제 이번 주말이면 탈상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한두번씩 찾아가던 그 일마저도 마감하려고 합니다
봄날은 간다
삼다도 소식
애정이 꽃피던 시절
간대요 글쎄
빈잔
지금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내 마음 당신 곁으로
향수
Unchained Melody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
.
.
또 무슨 노래였던가?
이번 주말 그 친구의 집을 찾아보고 나면 노래방에 가서
그 친구가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실컷 불러봐야 하겠습니다
어디선가 마음껏 노래하고 있을 그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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