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
얼마 전 아들을 혼인시킨 친구가 있습니다
아들딸 혼인이야 자식 키운 부모가 다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친구는 아들 혼사로 인해 남다른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부인이 며느리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들의 혼인을
한사코 반대하더니 끝내 예식장에도 나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신랑 어머니 입장에서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인과 아들 사이에서 그 친구 꼴이 말이 아니더군요
그 친구 돈이라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을만큼 여유가 있지만
그런 일을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돈이 없는 편이 훨씬 낫겠더군요
그래서 예식을 마친 다음 제가 위로주를 한잔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문제의 모자간에 화해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행이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축하주를 한잔 사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 어느날인가 그 친구와 전화통화로 약속을 했습니다
‘월요일 날 저녁하자’고...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니까 일단 수첩에 적어넣었고
다음날 그 친구로부터 식당이름과 전화번호를 문자로 받았습니다
약속한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 저녁,
식당 위치를 확인하려고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통화가 안 되고,
문자를 보고 식당으로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급하게 갑니다
집에 차를 두고 지하철 4-6-5호선을 갈아타가면서 마포까지...
식당에 도착하니 약속한 시간인 7시 정각인데
그 친구도, 함께 만나기로 했던 다른 친구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휴대폰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니 이게 뭔 일입니까?
‘1월 22일 저녁7시’라...
월요일이 아니라 화요일 저녁이랍니다
가까이 있을 것 같은 친구들 몇 명을 연락해보니 전부 없습니다
하릴없이 지하철 5-6-4호선을 타고 오던 길을 돌아 집으로 향합니다
* 아주 소박한 모습으로 여기 누운 톨스토이는 평화를 찾았을까요?
오늘의 일,
오후에 통화하던 거래선 사람이 상황봐서 저녁을 하자고 합니다
해가 바뀌기도 했고, 만나야 할 사연도 있고,
무엇보다 포도청을 통제하는 하늘같은 거래선의 말씀이니
오늘 저녁 친구와의 모임에는 당연히 못 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에게 못간다고 하면서 어제 일을 다시 물어봅니다
“우리 약속 월요일 아니었어?”
“문자 보낸 거 못 봤어? 화요일이라고 했잖아?”
“그건 알겠는데 지난 주 약속할 때 월요일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걸 내가 어떻게 기억해?”
“@@@???”
틀림없이 나하고 약속할때는 월요일이라고 했었는데
다른 친구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화요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치매는 아니니 다행이네~~’
그런데 애매모호한 저녁 대기명령을 내린 거래선 사람이
5시까지도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7시가 되서야 전화를 합니다
“지금 너무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갑니다”
아, 허탈!
그 시간에 마포까지 또 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데 그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군대 훈련받을 때 지독한 훈련을 마치고 구대장이 외치게 했던
푸쉬킨의 시 한 구절이 메아리처럼 자꾸 떠오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그런데 푸쉬킨 선생님,
정말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올까요?
* 푸쉬킨은 그를 배신한 아내와 함께 기쁨의 날을 맞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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