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 부친상
빈소 ***병원영안실 1호실
발인 5월**일 **시
고등학교 동기회 총무가 보내온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다가
"그 친구 아버님이 오래 전에 돌아가셨는데 부친상이라니..."
다시 들여다보니 ‘부친상’이 아니라 ‘부인상’입니다
부인상?
그 친구 부인이 암 치료 받는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었는데 벌써...
고등학교 동기들 중에서 상처(喪妻)한 첫 케이스인가 봅니다
이제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질 수도 있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평균수명이 많이 길어져서 그런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문상을 가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습니다
상주가 어떤 모습일지,
빈소의 분위기가 어떨지,
빈소에서 어떤 느낌이 들지...
부부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신앙생활을 잘 했었기 때문인지
빈소에는 신부님과 많은 신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인을 떠나보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 친구나
눈물을 흘리는 문상객들을 보니 그 슬픔이 제게도 전해져옵니다
고인이 동창회 모임에서 간혹 얼굴도 보았던 분인데다가
오랫동안 신앙생활과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고
편찮으신 시어머님 봉양도 잘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늘은 왜 그런 분을 빨리 불러갈까 의아하기도 합니다
동창들 몇이 소주잔을 주고 받다가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던데...”
그 말에 어느 누구도 그 말이 맞다거나 따라 웃지 않습니다
한 친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야, 그건 한창 젊을 때 일이지
이젠 힘 다 떨어지고 웃을 일이 뭐가 있어, 답답한 거지“
모두들 말은 안 하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눈치입니다
이제 철이 좀 드는 건지
아니면
죽음이 점점 가깝게 느껴지는 나이가 된 건지...
제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해!”
이 말, 저부터 실천해야 하겠지요?
'내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누라 있는데 리모콘이 왜 필요해? (0) | 2008.07.12 |
---|---|
사진 창고 (0) | 2008.06.04 |
스무살의 여행 (0) | 2008.04.13 |
화장실에서 생긴 일 (0) | 2008.03.19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 2008.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