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영화세상 게시판에 소개한 작품 중 96번은
페미니즘 진영에서 자주 인용되는 <안토니아스 라인>입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안토니아를 비롯해서 4대에 걸쳐 여성으로만
이어지는 모계가족이 마을에서 소외당한 여러 형태의 소수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3대는 결혼하지 않고 자식--우연이겠지만 전부 딸--을 낳았는데
결혼-가족-임신-출산-양육 등등 모든 것이 현재 우리의 사회통념과는
상당히 달라서 영화내용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남성-여성으로 구분해서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서도
남성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인정은 하지만 영화 속 여성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전체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아직 그 영화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그 방향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재산상속은 물론 호주제까지를 포함한 가족법이
남녀평등의 개념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정되었고
가정에서도 남성들은 좀 그럴듯한 허울만 남았을뿐
여성들이 주도권을 차지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중년 남성들에게 노후에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1. 아내, 2. 부인, 3. 마누라, 4. 집사람, 5. 애들 엄마....
이런 식으로 10번까지가 전부 바로 ‘그분’이라고 하지만,
중년 여성들에게 노후에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1. 돈, 2. 건강 3. 친구, 4. 자식....이런 식으로 가는데
10번까지 가도 ‘남편’이라는 답은 없다고 합니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성 총리는 물론 유력 대통령 후보까지 나왔고
국회의원, 장관은 이미 많고 더 많아질 겁니다
각급 학교에서 성적 상위권은 당연히 여학생이 차지하고
국가고시에서도 여성이 더 많은 합격자를 내고
수석은 여성이 차지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얼마전 행정고시 3차시험에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친구가
“어쩌면 여자들이 그렇게 똑똑하고 야무진지
면접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더라”고 하더군요
‘딸딸이’ 부모와 ‘들들이’ 부모의 입장은 완전 역전되었는데
저처럼 양다리 걸치면 중간은 갈테니 그나마 다행일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이런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구태의연하기가 천연기념물 같은 남성도 아직 있습니다
며칠전 고교 2년 선배 한분을 만났는데,
그 선배는 집에서 절대로 물 한잔 가져다 마시는 일이 없답니다
물 한잔 달라든가,
재떨이 가져오라든가,
텔레비전을 켜라든가,
채널을 돌리라든가,
이런거 전부 입으로 한답니다
그 선배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마누라 있는데 리모콘이 왜 필요해?”
(으악!!!)
제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니 그런다고 형수님이 따라 합니까?”
그랬더니 대답은,
“아니 요즘은 가끔 말을 안 듣네
수박을 잘라서 씨 파내고 달라니까 잘라서 그냥 주고 그래“
(와, 항복이다!!!)
그 선배 걱정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좀 있으면 쫓겨나십니다
지금부터라도 그러지 마세요“
그런데 그 선배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마이동풍....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으니 강적입니다
혹시 집에서 이런 강적을 키우고 계시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