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기와 - 이봉직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 쪽이
금 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 주면
천 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2년 경주 영묘사 터에서 여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깨진 수막새 한 점이 발견되었다
이 수막새는 골동품상을 거쳐 공중의로 근무하던 일본
청년의 손에 들어갔고, 이 청년을 따라 일본으로 갔다
1964년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장이던 박일훈은 30여년전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소개되었던 이 수막새의 소재를
추적한 결과, 조선에서 공중의로 근무하던 일본 청년이
아직도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박일훈의 간곡한 부탁이 이어졌고 마침내
1972년 소장자가 신축 경주박물관에 기증하게 되었다
영영 우리를 떠날뻔했던 ‘신라의 미소’는 이렇게 해서
고향인 경주로 돌아와 보물 제2010호로 지정되었고,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신국보보물전’에 전시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zANm9Pas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