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따라

둘이서

해군52 2020. 12. 23. 11:22

홀로 서기 – 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7연의 시 중에서 1연)

 

7연으로 구성된 긴 시 중에서도 1연의 마지막 구절은

시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에게도 제법 익숙하다

시인이 대학생 시절 교지에 발표한 시라고 하는데

젊은 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거의 매일 낭송되었다고 한다

 

입소문으로 알려진 이 시가 1987년 시집으로 나오자

2년 연속 모든 책을 통틀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판사는 빌딩을 세웠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라서 한자 ‘사람 인(人)’처럼

둘이 서로 의지해야 겨우 설 수 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시인은 먼저 홀로 선 다음에 둘이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홀로 서기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데

시 몇 구절 외우는 것은 쉽겠지만 실행하기는 어렵겠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보다는 둘이 좋아 보이기는 한다^^

 

금과은 <빗속을 둘이서>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ONQsdNT1g4o

 

'사진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사람  (0) 2021.01.09
묵언 수행  (0) 2021.01.01
혼자서  (0) 2020.12.19
겨울 풍경  (0) 2020.12.17
손을 잡다  (0) 202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