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묵언 수행 중 - 홍승원
조용히 고개숙여
세상 진리를 구하나니
말도 필요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친구도 필요없네
이 네모나고 작은 물건에
진리가 있고 길이 있나니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세상의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즐거운 일
모두 알 수 있네
지하철은 오후 2시를 지나고
오늘도 사람들은
이 신기한 물건에 감탄하며 경외하며
묵언 수행 중
검색하다가 어느 동창회 카페에서 발견한 시인데
요즘 흔히 보는 지하철 풍경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시인의 이름으로 검색해 봤지만 다른 내용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전문 시인은 아닌 듯하다
위 시가 묘사한 장면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지만
도보여행 다니다가 숲길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나
고즈넉한 산사에서 풍경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이런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속세의 먼지가 씻겨나가고
그 자리에 평화와 안온함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나 유명인들이 수시로 쏟아내는
막말 뉴스를 대할 때마다 ‘레드 카드’로 퇴장시키고
한 달쯤 ‘묵언 수행’을 강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할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좀 품위있게
하는 세상을 보고 싶지만 이런 나의 소망은 새해에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Simon & Garfunkel <The Sound of Silence>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HZVkk_aQ0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