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외로울 때 있다
두 셋이 피어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해남에서 진도로 넘어가는 좁은 바닷목이 12척의 배로
왜적선 133척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이다
울돌목을 가로질러 해남과 진도를 연결하는 진도대교
부근에는 전혀 다른 두 기의 충무공 동상이 서 있다
진도 쪽에 서 있는 동상은 기단 포함 30미터 높이로
자주 만나는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보다도 훨씬 크다
반대편 해남 쪽 우수영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동상은
겨우 2미터로 밀물 때 발목까지 물이 차오른다고 한다
작은 동상은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고
크기가 아주 작아서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울 듯하다
이 동상의 충무공은 갑옷이 아닌 평상복 차림에 큰 칼
대신 지도를 들고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동상을 보고 있으면 풍전등화인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공께서 혼자 감당해야 했을 고뇌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여행길에서 이 작은 동상을 만났을 때 공의 뒷모습이
어찌나 외로워 보이던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 했다
세상에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혼자는 언제나 외롭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그냥 편하게 따라가지 않고
혼자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은 당당하더라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시인은 혼자 피어 있는 꽃을 응원하는가 보다
심수봉 <홀로 가는 길>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rdB02_-6H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