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기 – 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7연의 시 중에서 1연)
7연으로 구성된 긴 시 중에서도 1연의 마지막 구절은
시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에게도 제법 익숙하다
시인이 대학생 시절 교지에 발표한 시라고 하는데
젊은 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거의 매일 낭송되었다고 한다
입소문으로 알려진 이 시가 1987년 시집으로 나오자
2년 연속 모든 책을 통틀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판사는 빌딩을 세웠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라서 한자 ‘사람 인(人)’처럼
둘이 서로 의지해야 겨우 설 수 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시인은 먼저 홀로 선 다음에 둘이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홀로 서기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데
시 몇 구절 외우는 것은 쉽겠지만 실행하기는 어렵겠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보다는 둘이 좋아 보이기는 한다^^
금과은 <빗속을 둘이서> 노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ONQsdNT1g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