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아침음악

2024.0313

해군52 2024. 3. 18. 23:19

✱아침을 여는 음악 3월 13일(수)✱
▲‘오펜하이머’, 7관왕 
◾루드비히 고란손의 영화 음악 

      ◀영화 ‘오펜하이머’ 
         5분 하이라이트 
      ◀Can You Hear the Music
       (음악을 들을 수 있나요?)
        ✱‘오펜하이머’ 사운드트랙
        ◼루드비히 고란손
          (Ludwid Goransson)
      ◀Can You Hear the Music
        +Trinity Test(트리니티 핵 실험)  
         ✱루드비히 고란손의 
           뮤직 라이브 콘서트  
      ◀This is America 
        ◼차일디시 감비노
      ◀Lift Me Up  
        ◼리한나 
         ✱‘블랙펜서’ Wakanda Foever 
      ◀Time to say Goodbye
        ◼보첼리 부자(父子) 
        ✱이선균을 추모하며  

◉우리나라 시간으로 
이틀 전 있었던 제96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은 
영화 ‘오펜하이머’가 
주요 상을 휩쓸었습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에 
음악상까지 모두 7개 
부문에서 상을 가져갔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전 세계적인 흥행성적과
호평으로 일찌감치 
‘싹쓸이’기 예상됐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기서  
감독상을 받아 아카데미상 
무명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와 
크리스틱 초이스 등 
오스카 전초전 성격의  
다른 영화 시상식에서 
이미 주요 상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수상 예측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늘 주목해 볼 상은 
바로 음악상입니다.
영화 음악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30대 후반의 
루드비히 고란손
(Ludwig Goranddon)이 
2019년에 이어 벌써 두 번째로 
음악상을 가져갔습니다.
영화 속 그의 스코어(Score)는 
잠시 뒤 만나봅니다.

◉핵무기 개발을 주도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는 전기 작가와 
역사학자가 공동 집필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가
제우스에게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를 오펜하이머에
비유한 제목입니다, 

◉영화는 컬러와 흑백이 
교차하면서 진행됩니다.
원자폭탄의 원리인 
핵분열(Fission)이란 제목 아래 
진행되는 컬러 파트는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소폭탄의 원리인 
핵융합(Fusion)이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흑백 파트는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 개발을 
적극 반대했다가 매카시즘과 
스트로스 제독의 희생양이 돼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이 말은 최초의 핵 실험 성공 후
내놓은 오펜하이머의 독백입니다, 
여기서도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읽을 수가 있습니다. 
한국 상영 당시 323만 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아직 영화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간추려 놓은 
5분 하이라이트를 만나봅니다.
세 시간이 넘는 영화는 
기회 있을 때 만나볼 만합니다.
https://youtu.be/jgzwt4SdT_M

◉이제 루드비히 고란손의 
영화 음악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놀란 감독과 손을 맞춰왔던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다른 작업으로 바빠서 
추천한 인물이 고란손입니다.
그래서 고라손은 놀란 감독의 
전작 ‘테넷’에 이어 다시 
음악적 파트너를 맡게 됩니다.

◉스웨덴 출신인 고란손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80년대 출생의 
젊은 영화음악인입니다.
베토벤의 이름 ‘루드비히’를 
따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음악적 소양은  
영화 음악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영어 발음으로 로드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음악 교사였던 아버지의 선물입니다.
스톡홀름에서 왕립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 USC
(서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영화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 뛰어들어 
초기부터 주목받았습니다.

◉놀란 감독의 뛰어난 
음악적 감각은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에서 
특이한 접근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에서
고란손에게 내민 카드는 
바이올린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이야말로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만들면서
가졌던 이중적인 측면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악기로 생각했고 고란손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마침 고란손의 아내가 
바이올리니스트여서  
부부가 함께 작업하며 
오펜하이머의 24곡 스코어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펜하이머가 가진 
고뇌와 무게감, 천재성, 
감정 기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트링 세션을 변화무쌍하게 
운영했습니다. 
놀란 감독 특유의 
세 가지 시간을 엮어가는
영화의 다층적 구조에도 
현악기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선율이 큰 몫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드럼 같은 타악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간혹 섬세한 하프와 피아노가 
곁들여집니다,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현의 현란한 연주 아래 깔리는 
관악기와 전자음악이
조화를 이룹니다. 

◉그러한 변화는 
대표적인 스코어로 꼽히는 
‘Can You Hear the Music’
(음악을 들을 수 있나요?)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40대 바이올린에서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최대 21번의 템포 변화가 
일어나는 이 악보를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고란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디별로 따로 
녹음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독려로 기어코 
녹음에 성공했습니다. 
이 곡 하나를 녹음하는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 스코어의 제목은 
학창 시절 오펜하이머가 
양자역학의 거두로  
노벨상을 받은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아 교수와 나눈 대화에서 
가져왔습니다.
닐스 보어는 오펜하이머에게
‘자네 계산 능력은 어떤가?’
하고 묻습니다. 
그리고 ‘대수(대수학)는 
악보와 같은 걸세.’ 
중요한 것은 음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네. 
자네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가, 로버트?’
하고 묻습니다, 
여기에 오펜하이머는 
‘네, 들을 수 있습니다.’
하고 답변합니다.

◉실제 오펜하이머는 
계산에서 잔 실수를 
종종 하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타고난 천재지만 
실험물리학에 서툴러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방황하던 오펜하이머가 
닐스 보어의 권유로 당시 
양자역학 이론의 중심지로
거듭나던 괴팅겐 대학교로 가
이론물리학 분야의 대가가 
될 것을 암시하는 대화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음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핵분열’과 ‘폭발’ 
그 자체나 마찬가지입니다, 
‘Can You Hear the Music?’을 
만나봅니다. 
상징적 화면과 영화 영상이 
함께 합니다. 
https://youtu.be/yc21oR-gbvE?si=AKE0nQynFWyY5YU9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라이브 콘서트가 지난 1월 
LA에서 열렸습니다. 
루드비히 고란손의 라이브 
연주회에는 놀란 감독과 
이번 아카데미에서 
오펜하이머 역으로 
주연남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까지 참석했습니다. 
특히 놀란 감독의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라이브 연주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음악을
가능하게 만든   
LA Southeast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지휘자 앤서니 판터
(Anthony Parnther)의
뛰어난 연주에 찬사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연주곡은 두 곡으로 앞서 만난
‘Can You Hear the Music?’과 
최초의 핵 실험 장면에 삽입된 
‘Trinity Test’입니다.

◉트리니티 핵 실험은 
1945년 7월 16일 새벽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실시됐습니다, 
암호명 트리니티는 오펜하이머가
존 돈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트리니티 실험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7분 52초로 24곡 가운데 
가장 긴 곡일 뿐 아니라 
핵폭발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긴장을 고조시키며  
심장을 조여가는 
킬링 트랙이기도 합니다.
콘서트에서 그 일부만 연주합니다. 
연주 시작과 함께 나타나는 
영상은 앞서 소개한 
닐스 보어와 오펜하이머의 
영화 속 대화입니다. 
https://youtu.be/JS1m-dqntz8?si=Pb4146yA1Kn35Kpc

◉루드비히 고란손은 
USC에서 오리지널 스코어를  
공부할 때 그곳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두 살 어린  
라이언 쿠클러(Ryan Coogler)를 
만납니다.
영화 ‘블랙 펜서’로 
10억 달러 돌파 최연소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신예 감독입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블랙 펜서’의
영화 음악을 맡은 그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 소리를
수집해 옵니다.
그는 힙합 비트에 
아프리카 악기 소리를 섞은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19년 그는 
서른다섯 살의 신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됩니다.

◉영화 음악을 하면서 고란손은 
도널드 글로버와도 
음악적 파트너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지금의 힙합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차일디시 감비노의 
본명이 도널드 글로버입니다. 
2018년 5월 고란손은 
차일디시 감비노와 함께 
‘This is America’라는 
노래를 발표합니다. 
공동 작곡에 프로듀싱은 
고란손이 맡고 노래는 
차일디시 감비노가 불렀습니다, 
이 노래는 빌보드 hot 100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과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습니다.

◉이 노래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총기 난사 등 현대사회의
어긋난 세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빌보드 첫 1위 곡이 된
이 노래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고란손의 장점과 프로듀싱 능력이 
이 곡의 복잡한 구성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오래전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불러옵니다. 
그동안 조회수가 9억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https://youtu.be/VYOjWnS4cMY

◉2022년 고란손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nda Foever)의 
영화 음악을 맡아 ost이자 
엔딩 크렛딧 음악을 만들어 
리한나(Rihanna)에게 
부르게 했습니다.
6년 만에 솔로곡을 낸 리한나는
이 노래 ‘Lift Me Up’으로 
빌보드 hot 100
2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인생에서 잃어버린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 노래는 
블랙 팬서에 주인공으로 
활동하던 중에 병으로 숨진
체드윅 보즈먼(Chadwick Boseman)을 
추모하는 헌정곡이기도 합니다. 
역시 예전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불러옵니다. ‘
https://youtu.be/Mx_OexsUI2M

◉고란손은 아델의 ‘앨범 30’의 
공동 작곡에도 참여하는 등 
오리지널 스코어 
영화 음악뿐 아니라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뛰어난 작곡과 프로듀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30대에 뛰어난 음악적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이제 40대로 들어서면서 
더욱 원숙해지고 심도 있는 
음악으로 영화 팬과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악인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루드비히 고란손 만나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가 됐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영화에 헌신하다  
운명을 달리한 영화인들을 
추모하고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듭니다. 
‘In Memoriun’ 행사입니다,
올해는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보첼리가 
둘째 아들 마테오와 함께 
‘Time to Say Goodbye’를 
부르며 이들을 배웅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지난해 12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우리나라 배우 이선균도
웃는 환한 얼굴로 
스크린에 등장해 
보는 사람들을 
마음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의 명복과 
남은 가족들의 건투를 빕니다. 
https://youtu.be/fIU9HZtVIP8?si=9aTJR4ILLeQBGeLq

◉떠나는 생명이 있으면 
돌아오는 생명도 
있기 마련입니다.
새봄과 함께 많은 생명이 
매일 반갑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있는 동안 세상의 여러 생명과 
잘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세상 사는 
이치인 듯합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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