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그림 속 나의 마을 (90)

해군52 2008. 4. 7. 01:02

 

원제 のぼくの(Village Of Dreams)

제작년도 1995년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12

감독 Yoichi Higashi

출연 Mieko Harada, Keigo Matsuyama, Shogo Matsuyama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인 쌍둥이 형제 타시마 세이죠와

타시마 유키히코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추억을 담은 에세이를

다큐 작가 출신의 노장 히가시 요이치 감독이 영상에 옮겼는데

아름다운 화면과 음향 그리고 색연필로 그려낸 것처럼 선명한

인물 등 귀엽고 깜찍하면서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영화입니다

 

<써드>(1978)<다리 없는 강>(1992) 등 일본 사회의 저변을

그린 사실주의적 작품으로 평단의 지지를 받은 히가시 감독은

4년 만에 만든 이 작품으로 픽션과 다큐멘터리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마술적 리얼리즘'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작자인 세이죠는 쌍둥이 형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시골

마을 고치현의 경험과 추억을 에세이에 생생하게 표현하였고,

두 사람이 같은 이름의 어린이용 그림책을 출판하기도 했는데

이 그림책과 에세이에 들어갔던 그림들이 영화에 소개되었고,

세이죠와 유키히코 형제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도 하였습니다

 

주인공 쌍둥이로 출연한 배우들은 현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현지 초등학교 2학년생들로 이들도 실제 일란성 쌍둥이들이고,

고치현 사람들 100여명이 영화 속 마을 사람으로 출연하는 등

주인공을 포함, 거의 모든 배역을 순수 아마추어들이 맡았으며

나무 위에 앉은 노파들은 분장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일본 학부모연대가 선정한 '최우수영화'에 뽑혔고,

일본영화비평가 대상과 마이니치영화콩쿨 작품상을 받았으며

1996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아홉살 개구쟁이 쌍둥이 형제 세이죠(마츠야마 케이고 분)

유키히코(마츠야마 쇼고 분)는 어머니(하라다 미에코 분)

누나 이쿠코와 함께 일본 고지현의 한 산골마을에 살고 있다

 

직장 때문에 따로 지내는 아버지(쿄조 나가추카 분)와 가족을

입양한 구두쇠 노인 짐마(호세이 코마츠 분)는 권위적이지만

교사이자 쌍둥이 형제의 담임이기도 한 어머니는 지혜롭다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의 그림만 전시회에 출품했다는 이유로

교장(코이치 우에다 분)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지만

출품된 쌍둥이들의 그림은 당당히 상을 받아 실력을 입증한다

 

쌍둥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마을에서 특별한 존재로 취급당하는

이들 쌍둥이 형제는 이웃의 토란 밭을 엉망으로 망가뜨리거나

허수아비에 달린 전구를 깨뜨리는 등 가끔 말썽을 일으켜서

엄격하기만 한 교장과 짐마 할아버지에게 혼이 나기도 하지만

물고기와 새를 잡으러 다니거나 그림을 그리며 즐겁게 지낸다

 

어느 날 교화학교에 갔다가 마을에 돌아온 문제 소년 센지는

쌍둥이 형제에게 물고기 잡고 소라 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다른 아이들의 따돌림으로부터 쌍둥이 형제들을 보호해준다

 

이렇게 쌍둥이 형제가 센지와 어울리면서 우정을 키워가지만

센지는 교장으로부터 부당한 차별에 이어 어머니의 편견까지

더하게 되자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에서 사라져버린다

 

한편 쌍둥이 형제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신발도 없어서

맨발로 학교에 다니는 하쯔미라는 소녀와도 친하게 지내지만

다른 아이들의 놀림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해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쌍둥이 형제는 동시에 편도선 수술을 받기도 하고,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는 등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 가고,

이러한 어린 시절은 두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세월이 흘러 화가로 성공한 유키히코와 세이죠 쌍둥이 형제는

그들이 어린 시절에 살았던 사라진 시골 마을을 그리워하며

사라진 마을에 대한 추억을 소재로 함께 화집을 만들어낸다

 

 

<러브 레터>(1995)<셸 위 댄스>(1996)<철도원>(1999) 등 일본

영화 특수에도 불구, 이 영화는 국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형식의 드라마로 단순한 성장영화를

넘어 새로운 제3의 영화적 세계를 만들어낸 비운의 수작입니다

 

히가시 감독은 나무 위의 노파들, 신비롭게 분장한 센지의 얼굴,

숲속의 도깨비, 물속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말하는 망둥이 등

원작에 없는 신비로운 환상적인 요소들로 현실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꿈의 영역을 현실의 세계와 동등하게 재창조해 냅니다

 

또한 히가시 감독은 쌍둥이 형제가 냇가에서 망둥이를 잡으며

실랑이하는 장면에서 물고기의 대사를 자막 처리하는 방식으로

쌍둥이 형제의 심리 표현에 독창적인 유머 능력을 발휘합니다

 

영화에는 손대지 않은 시골 마을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함께

목욕물을 데워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목욕하면서 대화하거나

가족이 다다미방 화로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 등

도시화되기 전 일본인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일본 시골 마을의 아름답고 소박한 사철

풍경과 함께 다양한 여름날 빗소리, 깊은 소 바닥의 울림소리,

아이들이 물에서 첨벙거리며 노는 소리, 염소와 까마귀 소리,

바람 소리, 두꺼비 우는 소리, 풀벌레 소리와 같은 여러 가지

소리들이 풍경화의 빈 곳을 채워넣으며 영상을 완성시킵니다

 

고치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주민 4천명의 작은 산골

마을 고호쿠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이 영화 제작을 계기로

고호쿠에서는 '사진 문화의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이 영화를 마을의 자산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입니다

 

영화에는 섹스나 폭력, 액션은 물론 특수 효과와 스타도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반전이 없어서 아주 담백하고,

같은 속도로 사계절을 훑어가는 카메라도 지루하기는 하지만

그 담백함에 매료되어 순수의 세계로 빠져들만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발췌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g0Ugcsmzo4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다른 작품들

 

 

써드 (1978)

인생은 어려워 (1979)

다리 없는 강 (1992)

나의 할아버지 (2003)

술이 깨면 집에 가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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