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을 떠난 우리 일행은
버스 편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연길에 도착,
아시아 최대라는 백두산제약 곰 사육장
(白斗山制葯 熊場--한자가 우리와는 다르다)으로 간다
연길 시내 장터나 서민주거지를 돌아보거나
다방, 노래방이나 PC방을 들어가고 싶지만
단체여행이라는 족쇄 때문에 자유롭지가 않고
무엇보다도 이미 백두산과 천지를 볼만큼 다 보았으니
나머지 일정이야 아무래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가이드가 안내하는대로 그냥 따라다닌다
사육장 마당에 들어서니 동물원에서 보던 시멘트 우리에
곰들이 무리를 지어 뒹굴고 있다
같은 모양의 우리가 3개 있는데
어린 곰, 어른 곰 그리고 늙은 곰으로 구분되어 있다
아주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이런 사육장이 연길 시내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반달곰을 2,400마리 사육하고 있다는데 3분의 1씩은
일정 기간동안 백두산에 야생 상태로 풀어놓았다가
다시 데려온다고 한다
그래야 야성도 되찾고 자연상태에서 싱싱한 먹이를 먹어서
최상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곰들에게 일일이 위치추적기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어느 놈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 알 수 있다고 한다
시멘트 우리 안에서 곰들이 하는 짓이라는 게
똥싸서 뭉개놓고 바로 옆에서 장난질치거나
중요한(?) 부분을 다 내놓고 누워서 잠을 자거나
철탑위에 올라가기 위해 서로 싸우거나
(철탑 제일 위에 누워 있는 놈이 대장이라고 한다)
하는 것이니 그저 한심해 보일 뿐이다
늙은 곰들은 덩치는 크지만 기력이 떨어져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 처량해 보인다
그놈들은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採膽室(쓸개 채취하는 방?)>이라는 팻말이 붙은 방에는
곰을 한 마리씩 좁은 철망안에 가둬 놓고 있다
그런 상태로 쓸개즙을 채취하는가 보다
웅담을 채취하려면 예전에는 곰을 죽여야 했지만
요즘에는 곰을 마취시킨 다음에
가슴에 개폐장치까지 달린 호스를 꽂아 놓았다가
매주 50~80cc씩 쓸개즙을 뽑아낸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도 곰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고
곰의 목숨이야 부지하지만 할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곰에게 꿀을 주면 꿀을 먹느라고 정신 팔려서
쓸개즙을 주사기로 뽑아내도 모른다니 정말 곰스럽다
쓸개주를 마셔보라고 한잔씩 돌리는데
장어집에서 주는 장어쓸개주와 색깔이나 맛이 비슷하다
쓸개주를 아침저녁으로 마시면 원기회복에 좋다 하고
술을 마신후 30분 동안은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한다
웅담의 효능이 좋다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록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시멘트 우리와 좁은 철망 안에 갇혀 있는 걸 직접 보고
산채로 쓸개즙을 빼낸다는 설명을 듣고 보니
애처럽고 끔찍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모두가 그런 심정인지 아무도 웅담을 사지 않는다
그 사육장에서는 쓸개주만 제공하고
물건은 하나도 못 팔았으니
얼마나 속이 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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