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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아들놈 (2002.0104)

해군52 2002. 1. 4. 14:50

 

자식을 키우다 보면 속상하는 일이 많게 마련이지요. 아무리 애지중지 키웠어도 다 제 혼자 자란 줄 알고, 부모가 뭔가 가르쳐 주려고 하면 잔소리라서 듣기 싫어하고, 부모보다는 제가 훨씬 잘났다고 착각하고,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결혼하고 자식 낳고 나서도 부모에 의지하려 하고...

 

오죽하면 불교에서는 자식이 전생의 빚쟁이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못된 자식놈이라도 남들에게는 그렇게 얘기하지 못 하는 게 부모 심정이잖아요.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죠?

 

하지만 저는 오늘 큰 결심을 하고 제 못된 아들놈 일을 만천하에 공개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 제 방에서 컴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실이 소란스러워지더군요. 제 아내와 아들놈이 다투는 듯 했습니다. 저는 직감으로 알았습니다. ‘아들놈이 또 뭔가 일을 저질렀구나!’하고 말입니다.

 

아내가 저를 부르면서 방으로 들어오는데 아내가 몹시 흥분해 있더군요. 아내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눈에는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우선 아내를 진정시키고 사연을 들었습니다. 듣고 보니, 원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런 못된 아들놈이 있습니까? 그때가 다시 생각나서 지금도 손이 떨리는군요.

 

글쎄, 아들놈이 제 에미 보약값 하라고 돈다발을 내 놓았다는 거 아닙니까?

아니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대학생인 주제에 부모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제 에미 보약값 하라고 돈을 내 놓습니까, 그것도 몇십만 원씩이나 말입니다. 게다가 만만해서이겠지만 제 에미에게만 그런 못된 짓을 한 게 더욱 괘씸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날 떨리는 가슴을 달래면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고민, 고민했습니다. 이럴 때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들놈 얘기를 아무한테나 터놓고 할 수도 없고.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한 우리 부부는 그저 무대책으로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더 흉악한 일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아들놈이 제게 말하더군요. "한의원 가시면 소화제 좀 얻어다 주세요."

 

제가 대답했죠. "한의원은 왜 가냐?"

 

아들놈이 제 에미가 있는 방으로 가더군요. 조금 있다가 제 아내가 나오더니 이러더군요. "당신 것까지 2인분 약값이래요."

 

(사실은 그때까지 돈다발을 세어 볼 수가 없어서, 얼마인지 몰랐었거든요)

 

황당하더군요. “아니 놈이 나까지, 나까지 노렸단 말인가? 아니 이럴 수가...”

 

우리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못된 아들놈을 어찌 해야 좋을지 아직도 묘책을 찾지 못 했답니다.

 

누가 좋은 생각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

 

 

* : 위 사진에 있는 아들이 스무살 즈음의 대학생 시절에 있었던 큰 사건이다. 20여년 지난 지금 아들은 두 아이를 둔 뱃살이 두둑한 가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