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우리 가족 취미생활

해군52 2002. 5. 23. 22:36

부부가 함께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을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참 부럽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지
부부가 또는 가족이 함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족에게
공통된 취미생활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내 기준으로만 상상해 보면,
등산, 마라톤, 여행, 노래, 영화...
이런 것들이 생각나겠지만 전부 아니고
바로
잠이다, 잠!

잠자리가 바뀌어서,
좀 시끄러워서,
배가 고파서,
너무 배가 불러서,
낮에 커피를 마셔서,
걱정거리가 있어서,
등등등등
어떤 것도
우리 가족의 취미생활을 막지는 못 한다.
우리 가족은 수면제라는 거 왜 필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한다.

10년전쯤 우리 가족이 일본으로
단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첫날 숙박지가 바닷가 야영장이었다.

아이들은 해외여행이 처음,
<큰나무>는 일본 여행이 처음,
가족끼리 해외여행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날은 모두 약간씩 흥분됨직한 그런 날이었다.

가족별로 텐트를 배정받고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어느새 해변에 어둠이 짙게 깔렸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바닷가를 걷는 것도 잠시뿐,
우리 가족은 말이 필요없이 이심전심으로
텐트에 들어가서 취미생활을 즐겼다.

해외여행,
일본,
바닷가
이런 거는 전부 뒷전이고
오직 취미생활에 푸욱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취미생활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옆집(?) 사람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혹시 어디 아프세요?>

여행 첫날부터
그렇게 일찍 문닫고 잔 집은
우리밖에 없었던 거였다.


이런 취미생활은
특별한 비용이 안 들어서 좋긴 한데
시간이 좀 많이 드는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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