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모음

조카의 할머니 사랑

해군52 2002. 10. 13. 23:01

내 장모님은 둘째 딸(내 큰 처제)네와 같이 사셨는데
늦게 결혼한 처제가 무려 결혼 11년만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 딸 하나를 낳았고

처제가 내 집사람과 같이 점방을 하고 있으니
그 늦둥이는 장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할머니와 외손녀 간에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으리라

장모님은 거칠고 억척스럽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지만
연세는 속이지 못하는 법인지 점점 기력이 떨어지시더니
지난봄 병원에 입원하신 후로는 의식도 거의 없고
거동도 못하게 되셨다

병원에서 일단 응급조치를 다하고 안정을 취한후에 퇴원,
한동안 집에 계시다가 홍천 침술원에 다시 입원하셨는데...

장모님은 중환자의 모습으로 누워 계실 수밖에 없었다
극성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매사를 당신 뜻대로만 하시던 분이
그렇게 누워 계시는 것을 보니 더 안타까웠다

그런데 유치원 다니는 조카아가씨는
할머니가 집에 오시자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말씀도 못하시고
움직이지도 못하시고
그저 누워만 계시는데

그런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하지 않고
할머니를 끌어 안고
얼굴에 뽀뽀를 하고
할머니 옆에서 밥먹고
할머니 옆에 누워서 자고...

조카아가씨의 할머니 사랑에 비하면
어른들의 사랑은
얼마나 계산된 것인지
얼마나 오염된 것인지...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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