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서나 하이트와 진로를 마시는 세상!
이것이 바로 해외사업본부가 꿈꾸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지닌 채 술통을 짊어지고(?) 돌아다닌지 어언 2년
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전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다녀왔다. 두 나라는 우리나라
와 경도가 비슷해서 시차는 작지만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 걸리는 먼 나라들이다.
우리 술이 많은 나라로 수출되고 있지만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 교민이나 관
광객 같은 한국인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런 시장은 한국 업체끼리의 경쟁이 치열
해서 땅따먹기처럼 뺏고 빼앗기는, 말하자면 레드오션이다. 레드오션에서 탈피할 길은
현지인 시장의 개척이지만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다.
스코트랜드 위스키, 프랑스 와인, 러시아 보드카, 중국 백주, 일본 사케처럼 세계적으
로 많이 알려져 있는 술도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하지 않으면 마시기 쉽지 않다. 멕시
코 데낄라, 쿠바 럼주, 이탈리아 그라빠, 몽골 마유주처럼 잘 모르는 술이라면 맛이 어
떨지,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어떤 안주와 어울리는지, 뒤끝은 없는지, 가격은 어떤지
등등...알 수가 없으니 곁에 있어도 손이 가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우리 드라마를 통해 소주 마시는 장면이 많이 소개되었고 우리나
라를 다녀간 관광객이나 근로자들에게 소주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외국인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에게는 아주 낯선 술이다. 그들에게 우리 소주를 마시도
록 하는 일은 우리 음식을 소개하는 일보다도 더 어렵다. 국가 브랜드의 상승 덕분에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미국에 우리 법인이 설립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주시장은 한국인 시장이고 과
연 백인들에게 진로소주가 먹힐지는 의문이었다. 그들에게 진로소주를 마시게 하려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할텐데 많은 비용을 투입한 후에 과연 시장을 만들 수 있을
지도 고민꺼리였다.
그런데 얼마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이런 고민의 일부가 해결되었다.
뉴질랜드의 수도인 오클랜드에서 현지인이 운영하는 리커샵(주류판매면허를 가진 술
소매점)에 들어가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출입문 바로 안쪽 정면에 우
리 소주와 맥주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었다. 한국의 매장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
이었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매점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진로소주를 한국 사람들이 사가나요?”
“아니오, 뉴질랜드 사람들이 사갑니다.”
“그분들이 진로소주에 대해서 뭐라고 하나요?“
“뒤끝이 없고 깨끗하다고 하면서 다시 사 갑니다.”
빙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리커샵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고, 한국인이 운영하
는 호주의 리커샵에서는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비교적 싼 가격의 보드카를 마시던 현지인들이 한번 진로소주나 참이슬을 마셔보면
대부분 다시 사 가는데, ‘다음날 숙취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했다.
빙고!
우리 참이슬과 진로소주의 정제기술은 세계수준이고, 이 점을 잘 활용하면 스피릿을
마시는 백인들에게도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시장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오클랜드 중심가에 진로 광고판을 세우고 백인시장을 적극 개척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이 확실하게 성과를 보이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에서 우리 맥주를 수입하는 현지인 수입상에게 우리 맥주 맛에 대해서 물어보니,
하이트가 ‘가볍고(light), 깨끗하고(clean), 마시기 쉽다(easy to drink)’는 대답이었다.
맥스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맥스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서,
하이트의 판매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었다. 100% 보리맥주 맥스에 대한 국내에서의
평가와는 상당히 다른 의견이었다. 맛에 있어서 천차만별인 맥주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소비자의 기호에 달려있고 마케팅은 그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야 할 것이다.
또 현지 수입상이 요구하는 스펙을 기본으로 개발한 PB제품인 Cleanskin Beer는 호주의
대형 유통업체인 Coles의 20여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데, 품질 좋고 저렴한 맥주로 알
려지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 유통업체의 주류담당 최고책임자가 독점판매권
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맥주의 우수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연간 50만 상자를 공급하는데 문제가 없습니까?”
“노 프라블럼! 50만 상자가 아니라 500만 상자라고 해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내가 자신있게 대답하자 뻥치는 거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 분에게 우리
카다로그를 보여주면서 한국내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수출현황을 설명해 주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진 제품들인 하이트맥주, 맥스, 진로소주, 참이슬...모두가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좋은 제품들임에 틀림없다.
진로가 진출한 해외시장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인 일본의 경우, 잘 알려진대로 현지
인들이 진로를 최고의 소주 브랜드로 인식하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즐겨 마시고
있다. 진로막걸리가 출시되기 전 기획 단계에서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진로막걸리가 2위에 오를 정도로 일본에서 진로의 브랜드파워
는 막강하다.
일본에서 이렇듯 막강한 진로의 브랜드파워는 하루 아침에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지 시장 상황에 맞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본사의
지속적인 지원 등 30년에 걸쳐 지속된 노력과 투자로 얻은 결실이다. 이런 노력과 투자
없이 그저 막연히 ‘세계 속의 하이트진로!’라고 외치기만 한다면 단지 허황한 구호일 뿐
이다.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해외 시장을 키워간다면 머지않아 하이트와
진로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정도면 꿈꿀만한 꿈(dreamable
dream)이 아닐까?
* 사보 원고 (2010.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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